'별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아니, 무서우니까 나는 못가더라도 다른 사람들을 보내면 되지 않을까?'
임석희씨는 우주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또래 소녀와 달랐던 점은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인하대를 나와 당시엔 쉽지 않았을
러시아 유학을 결심합니다.
모스크바 공대 로켓엔진학과에 유학한 그녀는 1999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들어갑니다. 연구원 80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액체로켓엔진 KSR-3 개발에 참여했고, 지금은 선임연구원으로 소형위성발사체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에서 펴낸 '세상을 바꾸는 여성 엔지니어 3'(생각의 나무)에는 임석희 연구원처럼 각 분야에서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한 여성 엔지니어 25명의 체험이 실려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선박 구조설계를 맡고 있는 김숙희씨, 광양제철소의 생산과 물류를 총괄하는 생산관제팀장으로 일하는 김희씨,
대우건설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서남영씨…. 책을 펼치기 전까지 남자들의 세계로만 알고 있던 여러 분야에서 여성들이 이렇듯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열어가고 있는 걸 미처 몰랐습니다.
포스코 대졸여성공채 1기로 입사한 김희씨는 신입사원 때만 해도 여성은 용광로같은 중요한 설비 근처에 갈 수없다는 금기와 싸워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당당하게 말합니다. 철강회사에서 기술 개발은 여성에게 더욱 잘 맞는다고요. 남자라도 20t이 넘는 철강 코일을 직접 들고 다닐 수는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논리적이고 섬세한 여성이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대우건설에서 일하는 서남영씨는 후배들에게 입사 초기 현장 근무를 지원하라고 권합니다. 현장에서 쌓은 생생한 경험이 든든한 자산이 된다고 했습니다. 선박엔지니어 김숙희씨는 협상하고 설득하는 법을 배우라고 말합니다. 남성들의 언어전달방식이 기승전결이 뚜렷한 내용중심인 반면, 여성들은 감정 중심으로 흐르기 쉽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선주(船主)와 사내외 파트너를 설득하기 위해선 내용 중심의 전달방식을 많이 연습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여성 엔지니어들이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지 헤아릴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분들의 첫 발자국은 수많은 후배들의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오늘(8일)은 세계 여성의 날 100주년 기념일입니다. 세상을 바꾼 여성 엔지니어들께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