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거리를 걷는데, 나는 어느새 봄바람이 났다.
언제 이렇게 날이 풀렸는지, 따스한 햇살과 살랑살랑 바람에 어느새 기분은 붕붕붕~ 들떴다. ^-^
봄소풍이라도 가야 할 것 같은 기분.
그럼 가야지, 봄소풍. ^-^
아침부터 읽기 시작한 책인 <과학의 새로운 언어, 정보>를 초록색 가방 안에 넣고 집을 나섰다.
이런 봄날씨에 소풍이라 함은 웬지 초록 잔디밭 위에서 샌드위치를 베어물면 "딱!"일것만 같아 빵집에 들려 샌드위치 하나 골라 사들고 111번 버스에 몸을 실은 채 충대로 고고씽.
원래는 충대 잔디밭의 벤치에 앉아서
분위기있게 독서도 하고 샌드위치도 한입 베어물까 하는 마음에 갔었는데,
도착하자 마자 마음이 바뀌었다.
왜냐하면...
잔디밭까지는 정문에서 너무 멀다. +_+
궁동의 번화한 골목으로 향했다.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뉴에이지 음악과 함께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다가
눈에 들어온 커피숍.
대충 이런 글이 앞에 써 있었다.
<맛을 위해 이런 저런 어쩌구가 들어간 커피는 드시지 마세요.>
(기억이 잘 안난다.)
암튼 "핸드드립"을 전문적으로 하는 커피숍임을 강조한 곳.
어제 오픈해서, 행사로 아메리카노를 천원에 판다고 한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키고 창가의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가 눈도 쉴 겸 커피숍을 찬찬히 둘러보던 중에
궁금함이 생겨 카운터에 가서 물어본다.
"여기서 원두를 갈아요? "
"원두는 뭘로 갈아요?"
"아. 볶는것도 여기서 해요?"
"구경하고 싶어서요. ^-^"
참 염치가 없는 나는 낯선 바리스타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았고
바리스타 언니는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궁금증이 풀린 후 다시 자리에 앉아 책을 읽다가...
마침 가방 속에 있던 샌드위치가 생각났다.
그런데 혼자 다 먹기엔 내가 군것질을 이미 한 터라,
샌드위치를 들고 카운터로 갔다.
"실례가 아니면... 제가 이걸 사갖고 왔는데,
나눠먹지 않으실래요?"
거기에서 일하는 바리스타언니와 또 서빙하는 언니(실은 나보다 어리지만) 들과 샌드위치를 나눠먹고.
바리스타 언니는 나에게 3천원짜리 핸드드립 커피를 주셨다.
아싸뵹.
이틀전에 볶았다는 콜롬비아는 참 맛이... 깔끔했다.
앞으로 이 곳에 자주 올 것 같다.
여러 성향의 사람들 중 누군가는 타인에게 말걸기를 어려워한다.
나는 어쩌다 이렇게 생겨먹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타인에게 말걸기를 별로 어려워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렇게 타인에게 말을 걸다보면
공짜 커피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러나? ^-^
타인에게 말걸기는 참 재미있다.
예상치 못한 소소한 행복이 뒤따라온다.
(단. 사람 봐가면서 말걸기. ^-^)
날씨가 좋다더니
소풍나왔네
왠지 덕분에 나도 소풍나온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