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조회 수 2585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업을 듣는 교수님 중 한 분이 추천해 주신 책입니다..
성리학에 관심이 없어도 뭔가 배울 것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게 뭐였는지 (가장 중요한 것을-_-) 기억이.. 뭔가 의견을 나누고 논하는 태도 같은 것을 배우라고 하신거 같습니다. =)

----------------------------------------------------------------------------------------------------
'생각의 속도'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요즘에야 편지란 시대에 한참 뒤처진 고루한 매체가 되었지만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편지는 글로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하물며 조선시대엔 어땠을까.

조선시대 선비들은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수 없는 경우에는 편지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았다. 또 허공에 흩어지는 말과 달리 글로 씌어진 편지는 자신의 생각을 다듬는 좋은 방법이었기에 편지를 소중하게 여기고 보관했다. 그래서 조선시대 선비들의 문집에서 시와 함께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던 것이 편지였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소나무)는 조선시대 대학자였던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이 주고받은 편지를 번역한 책이다. 1558년 조선 명종 13년, 32세의 젊은 고봉은 과거를 보러 가는 길에 당시의 대학자이자 성균관 대사성이었던 58세의 퇴계를 찾아가 자신의 철학적 소신들을 거침없이 밝히면서 퇴계의 성리학 전반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다. 고봉의 당돌한 도전에 퇴계는 기꺼이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었으며, 과거에 급제하고 돌아가는 고봉에게 먼저 편지를 띄웠다. 이후 두 사람은 26년이라는 나이 차, 경상도 안동과 전라도 광주라는 지역적 거리, 직위와 경륜이라는 장애를 초월하여 퇴계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13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편지를 주고받았다.

두 사람의 편지는 일상의 사소한 반성과 안부에서부터 당시 지성계를 뒤흔든 학문적 논쟁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 그들에게 편지는 안부를 묻는 수단일 뿐 아니라 학술 논문이기도 했으며, 자기와 세상을 돌아보는 성찰이기도 했던 것이다. 당시 몇 차례의 사화(士禍)를 거치며 개인적으로 학문적 진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과 정치에 참여해 입신양명하려는 포부가 함께 교차하는 조선 중기 지식인의 번민과 고뇌를 엿볼 수 있다. 단순히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 아닌 영혼의 교류처럼 여겨지기까지 해서 군데군데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하지만 이 편지들의 핵심은 두 사람이 치열하게 생각을 다툰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에 관한 것이다.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며 의견을 다투는 데 머물지 않고 끊임없는 공부와 탐색을 통해 정밀한 철학적 개념을 확정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가운데 상대방에게 자신의 주장을 억측이나 권위로 강변하지 않고 언제나 상대 의견을 존중하면서 열린 마음으로 사색하고 토론했다는 사실은, 진정한 토론문화가 부재한 오늘날 우리가 깊이 본받아야 할 자세로 보인다.

사실 고전이란 일반 독자로서는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 그래서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원본 본래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는 번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특별하다. 젊은 사학자 김영두의 섬세한 번역은 마치 요즘 사람이 점잖은 문체로 예의를 갖춰 쓴 편지를 읽는 듯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쉬운 우리말이 가지는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다. 물론 번역자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이로되.
  • ?
    이선영 2003.04.18 09:00
    퇴계와 고봉 두분은 참 복받은 사람들이군요. 살아생전 그만한 벗을 얻기가 얼마나 힘든일인데...말할수 없는 부러움을 느낍니다. 저희들도 독서클럽을 통해 부단히 노력했으면 합니다.
  • ?
    이선영 2003.04.18 09:00
    제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 못지 않는 토론의 장이 이루어질수 있으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용본님께 좋은 내용 감사드립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44 양평 모임 사진들입니다. (2/2) 8 이종필 2009.05.03 2478
2943 양평 모임 사진들입니다. (1/2) 3 이종필 2009.05.03 2409
2942 책 잘 받았습니다. 육형빈 2009.05.02 1799
2941 책을 찾고 있습니다. - 재즈와 클래식의 행복한 만남 - 박진우 2009.05.02 1807
2940 아실지 모르지만... 2 한성호 2009.05.01 2248
2939 어제 첫 월급을 주었습니다. 9 임성혁 2009.05.01 2037
2938 백북스 한달을 돌아보며 4 홍종연 2009.04.30 1799
2937 모임후기 4/28 백북스 대전 정기강연회 요약정리 '슈거블루스' 2 하경애 2009.04.30 2950
2936 김영이 총무님이 선물로 보내준 책을 받았습니다. ^^-b 3 윤현식 2009.04.30 1756
2935 5월1일 금요일 양평에서 백북스 합니다 4 박용태 2009.04.29 2045
2934 5월1일 금요일 양평에서 백북스 합니다 3 박용태 2009.04.29 2524
2933 박문호 박사님 추천 도서 100선 11 김창규 2009.04.29 2683
2932 H1N1 Swine Flu 2 한성호 2009.04.29 1711
2931 [공지] 백북스 164회 정기강연회 안내(4월 28일 19시) 김홍섭 2009.04.28 1774
2930 가입인사 안녕하세요^^ 새내기 대학생입니다. 3 최보람 2009.04.27 2224
2929 임해경 교수 첼로 독주회(백북스 회원 30%할인) 2 강신철 2009.04.27 1707
2928 회원탈퇴 어떻게 하나요?? 1 박정화 2009.04.27 2246
2927 회원후기 때늦은 후기 한성호 2009.04.27 2745
2926 137억년 우주의 진화 게시판이 신설되었습니다. 1 전재영 2009.04.26 1756
2925 퀴즈 프로그램 이중훈 2009.04.24 177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