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공지
2008.01.12 06:52

눈이 왔다

조회 수 1428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아침에 눈을 뜨니, 생각지도 않은 엄청난 양의 가루눈이 퍼붓고 있었다.

 

어린 시절, 눈이 오면 참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눈사람도 만들어야 하고, 새하얀 눈밭에 누워 보기도 해야 하고, 아무도 밟지 않은 곳을 골라서 처음으로 발자국도 남겨야 하고. 가끔은 눈싸움도 했던가?  눈사람 두 개를 붙인 크기의 커다란 진돗개 눈사람을 마당 한가운데에 만들어서 그것을 타고 찍은 사진도 있었다. 지금 하라고 해도 참 귀찮을 것 같은(?) 작업인데, 초등학생 혼자서 무슨 지치지 않는 힘으로 그런 걸 다 만들 생각을 했었는지, 지금 생각해 보니 참 신기하기도 하고 슬쩍 웃음이 난다.

 

이런저런 놀이에 열중하다 보면, 맨손으로 눈을 만져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빨갛게 곱은 손을 보며 엄마가 "그러다 동상 걸린다!"고 겁을 주셨지만 전혀 개의치 않을 정도였다. 크리스마스에는 꼭 눈이 오게 해 달라고 매해 12월마다 빌었고, 나의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거의 실현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도 한두 번? 그나마도 전날이나 다음날 쯤, 정확히 24일이나 25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크리스마스가 아니더라도 함박눈이 소복소복 쌓인 겨울 풍경은 아련한 낭만을 가져다 준다. 어린 시절 친구네 집에서 빌려 읽었던 로라 잉걸스 와일더의 '큰숲 작은집' '초원의 집' 에는 긴긴 겨울, 눈에 갇힌 숲속 오막살이에서의 놀이와 삶이 무척 낭만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먹는 것에 무서운 집착을 보이는 나답게, 지금도 생각나는 장면들은 단연코 먹을 것과 관련된 것들이다. 커다란 호박들을 테이블과 의자삼아 앉아서 놀았다느니, 우유를 엄청나게 열심히 휘저어 버터를 만들어 먹었다느니, 단풍나무 수액(메이플 시럽?)을 열심히 졸여서 그릇에 꾹꾹 눌러 채운 눈에다가 떨어뜨리면 그것이 굳어서 그대로 사탕이 된다느니.. 아무리 먹을 게 좋아도 그렇지, 달랑 그런 장면들만 골라 기억이 난다고 하면 어쩌란 말이냐! 하는 한심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눈'이라고 하면 상당히 낭만적인 이미지를 꽤나 어른이 된 후까지도 오래오래 끌어안고 있었던 나였다.

 

하얀 떡가루같은 눈이 바람 따라 사선으로 퍼붓는다.

아, 오늘은 절대 밖에 나가지 말아야지. 넘어지기라도 하면 고생해.

내일 서울 가야 하는데, 길이 얼어 있으면 위험한데 어쩌지?

이상하다, 이 정도 많은 눈이면 예전 같으면 예쁘다고 한참 감동했을 텐데, 아무 감흥이 없네.

 

덕분에 집 안에서 종일 이것저것 맛있는 것들은 많이 해 먹었다만 ^^

내 안의 낭만이, 이젠 거의 사라지다 못해 거의 종적을 감추어 가나 보다.

작년만 해도 이렇진 않았는데.
  • ?
    전지숙 2008.01.12 06:52
    저도 어렸을적 힘들줄 모르고 눈밭을 구르고..눈사람을 만들전 기억이 나네요
    눈이 온다는 그 자체가 너무 행복했는데.이제는 눈이온다는 소리만 들어도 다음날 길막히고 녹으면 질척할텐데하는 걱정부터할 나이가 되다니.그래도 이번눈내리는날에는 새벽에나가 눈싸움도하고 눈쌓인 나무도 흔들고 즐겁게 놀았답니다.
  • ?
    김미순 2008.01.12 06:52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변치 않고 있는것은 눈 을 좋아 한다는 것입니다. 녹아 내리기 시작하면 질척거림에 싫을때도 있지만, 눈 내리는 풍경은 여전히 내게 설레임과 기쁨을 가져다 주기때문입니다. 광주는 지금 비가 옵니다. 신년에 이곳에 눈 이 무척 많이 내려 무등산의 서석대를 갔었지요. 그 아름다웠던 풍경들이 지금도 아른 거립니다. 눈 을 마음껏 즐기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04 공지 시민지식네트워크를 위한 독서프로젝트에~ 4 김연숙 2007.10.09 2078
1403 [오늘밤10시_KBS1] 과학스페셜 "사이언스오디세이 - 외계생명체" 5 문경수 2013.01.10 2078
1402 공지 「W이론」의 창시자 서울 工大 李冕雨 교수의 경고 2 문경수 2004.05.04 2079
1401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 매일 점검하라/한비야 3 이동선 2009.07.29 2079
1400 안녕하세요~ 가입인사드려요~ 3 홍현주 2010.01.15 2079
1399 [뇌과학] 강의 녹음 파일 전송했습니다 5 강혜정 2010.01.31 2079
1398 오늘 7.22(수) " 사랑방 " 있습니다. ^_^ 6 오창석 2009.07.22 2079
1397 백북스 하우스를 소개합니다. 6 file 유화현 2012.11.12 2079
1396 공지 詩 수유 너머 suyu+trans 9 박성일 2007.11.01 2080
1395 [공지]제 1회 조중걸교수의 철학과 예술사 강의(20090908) 강혜정 2009.09.05 2080
1394 이 시대의 스승 법정스님 '뜻'을 기리며 5 서지미 2010.03.19 2080
1393 공지 새해를 맞이하며 3 이선영 2004.01.02 2081
1392 공지 국내 CEO들 독서량 월 1∼2권” 미국, 유럽보다 뒤져- 삼성경제연구소 현영석 2004.08.08 2081
1391 공지 정현종의 시를 읽기 전 까지는 2 박성일 2008.10.29 2082
1390 공지 양자역학의 모험 박문호 2005.03.21 2083
1389 <축하합니다> Inopolis IDEA contest를 백북스가 휩쓸다!! 5 박순필 2013.03.17 2083
1388 공지 이선영 2003.08.22 2084
1387 공지 후기사진을보면 캠코더로 찍던데... 2 이동욱 2008.11.11 2084
1386 공지 마음 맹 박문호 2005.05.04 2085
1385 그림감상 3 file 박경호 2012.05.05 208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