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안타깝게도 게이지 이론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게이지 이론에서는 모든 입자들의 질량이 없다. 질량은 게이지 대칭성을 깨는 성질이 있다. 게이지 대칭성은 서로 ‘구분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반면 질량은 소립자를 구분하는 가장 기본적인 성질이다. 게이지 대칭성은 이 구분을 지우는 대칭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많은 소립자가 질량을 가지고 있다. 게이지 이론에서는 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름 높은 과학자들도 처음에는 게이지 이론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자발적 대칭성 깨짐(spontaneous symmetry breaking, SSB)이라는 개념이 도입되고 나서였다. ‘자발성 대칭성 깨짐’이라는 것은 이론상에서는 대칭성이 있으나, 그 이론이 현실에 나타날 때는 대칭성의 일부가 깨진다는 것이다. 말장난 같이 느껴질 지는 모르지만, 애초에 대칭성이 아예 없는 것과 있던 대칭성이 깨진 것은 전혀 다르다. 바둑으로 치자면 정말 묘수가 아닐 수 없다. 이 자발성 대칭성 깨짐이라는 개념을 입자물리학에 처음으로 도입한 물리학자
난부 요이치로는 그 공로로 200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