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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경향]우주의 구멍     


ㆍ텅빈 그 무엇,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우리 몸에 구멍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숨을 쉴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고, 몸 안의 노폐물을 내보낼 수도 없을 것이다. 우주도 마찬가지다. 빈 공간이 없다면 모든 물체는 전혀 움직일 수 없고 어떤 변화도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존재하는 모든 것은 비어 있는 구멍, 즉 무(無)나 공(空)에 기대어서만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명쾌하게 설명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K C 콜의 <우주의 구멍>(김희봉 옮김·해냄)은 과학과 철학, 예술 등을 넘나들면서 이 난해한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과학저술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불릴 만큼 독창적이고 풍부한 식견을 지닌 저자는 0이라는 숫자의 발견이 “알라딘의 거인을 램프 속에서 불러낸 사건”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0의 도입이 수학에 가져온 혁명적 변화를 비롯해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초끈이론 등 물리학의 최근 성과까지 아우르며 우주론을 해명하고 있다. 딱딱하고 어려운 개념도 시적인 문장으로 풀어내는 솜씨는 과학도 달콤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후반부에서는 마음속의 무를 다루는데, 에테르처럼 몸은 마음의 눈이 만들어낸 모델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감각과 인식에 대한 이러한 성찰은 도가나 불가의 가르침과도 상통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릇은 진흙으로 만들어지지만 쓰임새가 있는 것은 그릇 속의 비어 있는 공간이라는 <도덕경>의 구절처럼, 비어 있음이나 침묵은 단순한 부재나 공백이 아니다. ‘없음’은 ‘있음’의 창조적 모태로서 우리 삶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자석이자 동력이다.

<나희덕 시인·조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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