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아침밥을 먹었습니다.
아침밥을 먹다가,
밥그릇에 잠시 시선이 멈췄다가,
그 움푹 패인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아! 인식의 유동성이 있어서 밥그릇이 이렇게 생길 수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별안간 밥먹다 말고. "인식의 유동성"이라니! ^-^; )
옛날 옛날 옛날 옛날엔...
유인원들이 그저 허허벌판 어딘가에서 먹이를 먹지 않았을까요.
제 멋대로 생겨먹은 바위 위에 먹이를 놓고 먹었을 수도 있겠구요.
암튼,
자연 그대로,
제 생긴대로 있을 뿐이었던 돌덩이, 흙덩이, 나뭇가지.
이것들을 더 이상,
생긴 그대로 접하는게 아니라
변화시키려는 생각...!
가운데가 옴폭 들어가서 쌀알이 안삐져나가게 채울
그런 그릇을 만들 수 있게 된 건,
인식의 유동성이 있었으니 가능했구나. 하고
밥먹다 말고 생각했지요. ^-^;
(인식의 유동성이 없었다면
밥그릇이 어찌 이렇게 잘~ 생길 수 있었겠어요 +_+
내가 이런 생각한걸 알면, 엄마가
'별생각 다하네, 밥이나 먹어.' 이러셨을까요? ^-^ㅋ )
사회적 관계에 대한 조망이
언어를 매개로
비사회적 관계에 까지 스며들 수 있었다는 것.
참 고맙고 다행스런 일이더라구요.
가만 보니, 그것은 오늘날 더 잘 드러나는거 같아요.
화상 전화, 라디오, TV, 컴퓨터 등등
"쟈는, 대답이 없는" 물체임에도 불구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지향하는데 쓰이니 말이죠.
이 생각을 아침에 하고 나니,
눈앞에 있는 도구 하나 하나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의 필요에 알맞게 저마다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사물들.
사람이 이걸 이 모양으로 변화시킨 건
'인식의 유동성 때문이구나' 하는 생각의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오늘입니다.
더불어 '인식의 유동성'이 없었으면 과연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꽤나 무서운 상상도 하게 되는 오늘입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