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조회 수 2292 추천 수 0 댓글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출판평론가 한기호가 본 화제의 책, 출판계 이슈에 대한 분석 및 서평과 출판시장 전망





















'점입가경' 베스트셀러 만들기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07/07/19






한 출판사가 책의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유지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으로만 월 평균 1600만원, 1년에 2억 원 가까이를 서점 한곳에 쏟아부었다고 한다. 마켓파워를 가진 서점이 4-5곳 정도이니 책 한권에 얼마나 많은 비용이 서점에 투여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마케팅 비용이 이렇게 과하다 보니 죽어라고 책을 팔아봤자 손에는 아무것도 쥐지 못하는 형편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출판사의 베스트셀러 만들기는 점입가경이다. 1만2000원 정가의 책에 20만원 가까운 정품 시디를 경품으로 준다. 1만원 정가의 신간을 예약판매하며 10% 할인, 25% 마일리지, 5천원 할인쿠폰, 배송비 무료(2천원 안팎)를 내건 경우도 있다. 독자가 책을 주문하는 순간 출판사는 바로 권당 500원 이상 밑지고 들어가는 셈인데도 이런 일은 더욱 늘어날 듯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베스트셀러에 등재하려는 무한할인 경쟁의 결과다.

당연히 사재기도 극성을 부린다. 1만원 정가의 책은 대형 온라인서점에 보통 5500원에 공급된다. 이 책을 사재기한다고 치자. 정가에 10% 할인, 15% 마일리지를 적용해서 되사면 7500원이 된다. 공급한 책값은 서점에서 벌써 받았으니 출판사는 2천원의 비용만 투입하면 된다. 광고나 홍보보다 '약발'이 훨씬 잘 받는 셈이다.

사전예약판매이벤트는 대부분 사재기를 할 사람을 미리 모아놓고 시작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사전 예약판매이벤트를 통해 당첨자를 모집하지만, 보통 신청자 모두가 당첨되기 마련이다. 당첨자는 온라인서점이 휴대전화로 쏴준 바코드를 가지고 책을 공짜로 구입하니 이 또한 명백한 사재기다. 출판사 영업자가 직원을 통해 500권을 주문하면서 수신자의 주소를 다 달리 해도 판매부수는 베스트셀러 순위에 집계된다.

판매데이터를 확인하면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만큼 당연히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빠져야 하지만 서점은 어떻든 상관없다는 식이다. 이렇듯 온라인서점과 출판사가 공조해 대놓고 사재기를 하는 마당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앞으로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사재기의 유형은 날로 진화할 것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창의적 기획물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신뢰도가 가장 있다는 교보문고 올해 상반기 베스트셀러 20위 안에는 번역서가 11종이 포함되어 있다. 국내서는 경제경영 네 권(한 권은 종교로 분류됐지만 자기계발서에 가깝다), 영어책 두 권, 카툰만화 한 권을 빼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삶을 다룬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신웅진, 명진)와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학고재)만 달랑 남는다.

번역서까지 합하면 절반이 경제경영이다. 한 출판사 영업자는 이런 결과를 두고 "아이엠에프 사태라는 '전쟁'을 겪었다고 해도 한국인이 언제 경제경영서를 그렇게 많이 읽었는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사재기를 벌이기 쉬워서 나온 결과"가 아닌가 하고 말했다. 조금 과한 느낌이 있지만 일리가 없지는 않아 보인다. 이유야 어쨌든 요즘 이 땅의 베스트셀러는 공공적 자산이 되기는커녕 비아냥거림이나 받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듯하다. 당연히 사회적 트렌드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한 대형 온라인서점 사장은 일전에 "우리가 출판 트렌드를 만든다"는 공언했다고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 말의 위력을 절감하고 있다.

기사게재 : <한겨레> 출판전망대 2007.7.6
  • ?
    박문호 2007.07.22 01:23
    이런 황당한 사태의 최종 피해자는 바로 독자들입니다. 출판시장에서 날조된 베스트셀러 덕분에 힘들여서 읽어야 할 좋은 책들이 출판 1년만에 절판되고, 그런 책들은 점점 사라집니다.
    12년간 공들여 번역한 책이 200권도 팔리지 못하고, 또 절판되었습니다. 값이 싼 인터넷 주문보다 서점에서 정가의 책을 삽시다. 책 내용을 확인하고 책을 삽시다. 그것이 최소한 책에 대한 예의입니다. 이동선 사장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양경화 2007.07.22 01:23
    그렇군요... 베스트셀러를 작위적으로 만든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정도로 날조된 줄은 몰랐어요. 독서인구가 많아지면 그런 리스트에 속는 사람도 적을텐데...
  • ?
    정영옥 2007.07.22 01:23
    명저들이 절판되는걸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좋은책은 독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구입해야하는데.. 저도 이곳을 알기전까지는 베스트셀러에 휘둘리는 독자였으니까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44 공지 [독서산행] 7월 5일 13시 "수통골" (온지당 앞에서 출발) 3 송나리 2008.07.04 1609
1043 공지 [독서산행] 6월 22일 10시 "계룡산" (학봉교에서 만나요~) 4 송나리 2008.06.21 2013
1042 공지 [독서산행] 4월 5일 13시 "수통골" (온지당 앞에서 출발) 2 이진석 2008.04.01 1499
1041 공지 [도정일 칼럼] CEO들의 샘 ‘서재’ 1 김주현 2007.11.26 1460
1040 [대학교과서 읽기모임 7회] 잡식동물의 딜레마/마이클 폴란 정광모 2011.09.28 2147
1039 [대학교과서 읽기 모임 5회] 인체 생리학 (부산/영남) 정광모 2011.08.16 1969
1038 [대학교과서 읽기 모임 4회 ] 인체생리학 (부산/영남) 정광모 2011.07.16 3897
1037 [대학교과서 읽기 모임 3회] 인체 생리학 (부산/영남) 정광모 2011.06.14 1861
1036 공지 [대전정기강연] 1월 13일(화) 나스타샤, 조지수 임석희 2009.01.08 1802
1035 [대전]사랑방 - 4월 22일 박문호 박사님 댁 3 김영이 2009.04.22 2901
1034 [대덕넷기사]대전에 멋진 책마을을 꿈꾸며..이동선 계룡문고 대표 5 서지미 2009.11.25 2683
1033 공지 [대덕넷]영어 통역 단기 아르바이트 하실 분 찾습니다. 3 박혜진 2008.04.17 1436
1032 공지 [대덕넷]글쓰기·토론 진행 '과학커뮤니케이션 겨울학교' 1 김주현 2008.02.18 1616
1031 공지 [당신 옆에 이런 사람이 있습니까?] 부쓰 2018.10.31 131
1030 공지 [답사] 세연정과 동천석실 7 이정원 2008.03.29 1407
1029 공지 [다큐멘터리 추천]BBC 제작 플래닛 어스 2 최정원 2008.02.13 1248
1028 공지 [니체의 위험한 책,...] 을 읽고나서... 이진석 2007.09.03 1536
1027 [느티나무] 아카데미 2014봄강좌 신청하세요~ 느티나무지기 2014.02.12 1378
1026 공지 [뉴욕] 5. 블루노트 재즈바 5 이정원 2007.11.11 2649
1025 공지 [뉴욕] 4. 구겐하임, 휘트니, 프릭 미술관 6 이정원 2007.11.08 187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59 160 161 162 163 164 165 166 167 168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