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즐겨읽는
한국방송광고공사에서 발행하는 '광고정보'紙 5월호에
마침, 함민복 시인의 '감나무'라는 시와 함께 실린 글이 있는데
공감가는 바가 있어 옮겨봅니다.
… 중략 …
저는 시인들이 길어 올리는 관점을 염탐하길 좋아합니다.
'아, 꽃을 저렇게 보네', '나무를 저렇게 보네',
'아 어머니의 주름을 저사람은 저렇게 보네'
참 재미있습니다.
그들에게만 있는 마음의 눈으로 세상의 질서를 재편하는 일은
고되지만 즐겁고 복된 일입니다.
감나무
함민복
참 늙어 보인다
하늘 길을 가면서도 무슨 생각 그리 많았던지
함부로 곧게 뻗어 올린 가지 하나 없다
멈칫멈칫 구불구불
태양에 대한 치열한 사유에 온몸이 부르터
늙수그레하나 열매는 애초부터 단단하다
떫다
풋 생각을 남에게 건네지 않으려는 마음 다짐
독하게, 꽃을, 땡감을, 떨구며
지나는 바람에 허튼 말 내지 않고
아니다 싶은 가지는 툭 분질러 버린다
단호한 결단으로 가지를 다스려
영혼이 가벼운 새들마저 둥지를 틀지 못하고
앉아 깃을 쪼며 미련 떨치는 법을 배운다
보라
가을머리에 인 밝은 열매들
늙은 몸뚱이로 어찌 그리 예쁜 열매를 매다는지
그뿐
눈바람 치면 다시 알몸으로
죽어 버린 듯 묵묵부답 동안거에 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