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의 넋을 잃게 하는 시끄러운 목소리와 현란한 동작의 MC강호동, 이름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건방진 도사 타이틀로 상대의 아픈 곳만 콕콕 찌르는 보조MC, 조용히 기타 하나 들고 있다가 결정타 한마디씩 던지는 또 다른 보조MC. 이렇게 세 사람이 출연자 한 사람을 앞에 앉혀 놓고는, 출연자의 무릎이 닿기도 전에 고민을 꿰뚫어 보고 그 해결책까지 내놓는 프로그램!!! 무릎~~~ 팍! 도사~~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드는 관계로 정규방송은 보지 못하지만,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달과 넘치는 물질적 혜택으로 IPTV를 통하여 무릎 팍! 도사를 시청하던 어느 날, 오늘도 어김없이 무릎 팍! 도사님의 방문이 스르르 열리면서 연예인(?) 한 사람이 들어선다. “저….여기가 무릎이 닿기도 전에 고민을 들어 주신다는…"
그의 이름은 추성훈, 아니 아키야마 요시히로. 그는 우리나라에서 잠시 유도 선수로 활약했던 재일교포다., 4대째 일본에서 교포로 살면서 한국 국적을 놓지 않았고, 일본에서 재일교포로 살아가는 설움과 우리나라에서 재일교포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모두 겪은 아키야마 요시히로. 2002년 아시안게임에서 일본 대표선수로 우승을 하여 매국노라는 오명을 얻고 이종격투기 선수로 다시 화려하게 부활한 추성훈.
한국을 등지고 일본대표로 금메달을 획득하여 엄청난 비난의 목소리를 감당해야 했던 그가, 무릎 팍! 도사에서 만들어 놓은 포장된 이미지에 감싸이는 순간, 이미 아키야마 요시히로는 없어지고 추성훈만이 남아 있게 된다. 그의 부활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패션모델로, 텔레비전 광고모델로, 음반까지 발매하는 가수로 이어지며 매국노 추성훈에서 스타 추성훈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화려한 부활은 계속된다.
만약에……….
무릎 팍! 도사에 유승준이 나오면 어떻게 될까. 분명 추성훈도 당시 엄청난 비난을 받았었다. 그러나 이종격투기에서 승승장구하면서 도복에 일장기와 태극기를 붙이고 “나는 한국인이다”고 외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호감은 시작되었으니. 유승준도 성조기와 태극기를 붙이고 노래하면서 “그래, 나도 한국인이다” 고 외친다면? 그도 무릎 팍! 도사에 출연할 수 있을까?
하긴 유승준은 '經濟秩序 또는 社會秩序를 해하거나 선량한 風俗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者'를 근거로 법무부에서 입국금지조치까지 시켰으니,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추성훈과는 달리, 무릎~~ 팍! 도사가 해외원정 촬영을 가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
이 글을 읽고 있으니 윤성중 회원의 이전 글과 창의성 디자인 모임을 통해 스텝으로 함께 일하며 나눈 대화들이 떠오릅니다.(제가 투덜대며 이야기를 시작하면, 아! 차마 좁은 속에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받아치시며 조언을 해주셨죠.)
글을 읽어 내려가며 이야기의 요지를 제 나름대로 살펴보니 이전에 윤성중 회원이 글로 말해왔던, 저와의 대화에서도 오고 갔던 주제와 많은 부분, 닮은 내용인 거 같습니다.
1. 요즘 백북스클럽 활동을 통해 저는 늘 이 물음표가 제 가슴에 날아와 꽂혀 뜨끔할 때가 여
러 번입니다. '나는 왜 질문하지 않는가?' 라는 물음. 토론회에서건, 학습 소모임에서건...
질문을 한다는 건, 상대에 대한 호기심과 친근감의 표현이고, 배움에 대한 적극적인 학습
태도일텐데, 전 그 질문의 타이밍을 자주 놓쳐 아쉬울때가 한 두번이 아니예요. 질문의 힘
을 길러야겠습니다! (박문호 박사님이 말씀하시는 상대에게 질문을 해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 라는 내용과는 좀 다른 질문에 대한 제가 갖는 요즘의 느낌입니다.)
2. 현장스케치 팀으로 나름대로 숙고(?!)하며 편집권을 행사해 올리는(다른 회원들보다 빨리
그날의 현장을 다시 느낀다는 점과 함께.) 일은 참으로 재밌는데요, (그 전 대학생때 대학
신문사에서 일하며 언론의 무시무사한 편집권이 갖는 힘, 학보사 편집국장의 편집권에
내 기사가 내 뜻과 다르게 바뀌고 편집되어 나온 신문을 받아볼때 그 아픔!! 이란 통곡할
만한 일이고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 생각하며 대학 생활을 지냈죠 ^^)
누군가 하는 말에 귀 쫑긋 세워 듣는 재미난 이야기만 있다면 그건 이야기만 있는 것이 되겠죠. 서로 소통을 해야한다고 느낍니다. 그 소통이 쌍방이어야지 일방통행이 되어서도 안되죠.
차 사이 일방통행이야 원활한 통행과 적은 사고로 좋겠지만 사람 사이 소통은 쌍방이어야 재밌겠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비난은 비난일 뿐입니다. 아름답지 못합니다. 긍정적 결과도 불러 오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비난한다는 것은 그 자신을 우선 돌아봐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누구를 비난한다는 건... 그 자신의 소양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비난할 수 있는거죠?
비판은 비판다워야 합니다. 자신은 비판이라 생각하고 하는 말과 쓰는 글이 비난이 되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말보다 글이 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담기 어렵다고 하지만, 머리에서 손끝으로 그 과정을 통해 나오는 글은 더 조심하고 그게 특정 누군가에 대한 글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저는 그래서 비판이 아닌 비난의 글에 참 속상했습니다.
서로 간의 소통으로 서로 의견을 나누고, 다름을 이해하고, 차이를 받아들임. 결코 쉽지만은 않은 길, 그러나 함께 해야 하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