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느끼고 인식하는 것은 독립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지각은 늘 행동이나 움직임, 경험과 긴밀한 공조관계를 맺는다. ……………….. 폰 센덴Von Senden의 저서에는 어렸을 때부터 눈에 붕대를 감고 있던 두 아이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두 아이는 다섯 살 때 붕대를 풀었는데도 시각장애인처럼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여타의 감각과 행동을 통해 이미 나름대로 세계를 구축한 터라 눈을 쓸 줄 몰랐던 것이다.
줄곧 정상인으로 지내다 뒤늦게 시력을 잃은 사람도 본다는 행위 자체를 잊어버릴 수 있다. 존 헐이 자서전 격인 ‘바위를 더듬으며Touching the Rock’에서 밝혔다시피 그는 40대 중반까지 정상인으로 살았지만 시력을 잃은 지 5년 만에 사람을 ‘마주본다’는 개념과 상대방을 ‘바라본다’는 개념을 잊어버렸다.(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