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좋은 아파트에 사는 친척의 초대를 받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분이 중소기업 사장이고 집값도 비싸기로 유명한 곳이라 뭔가 대단할 것이라는 기대에 무척 설레었다. 하지만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나의 모든 기대는 무너져버렸다. 아무 것도 없는 집. 그 자체였다. 화분 하나도, 책 한권도, 그림 한 점도, 집주인의 의지가 담긴 그 무엇도 없이 벽과 가구로만 이루어진 집. 어느 한 곳에도 눈길이 머물 데가 없었다.
그 집을 나오며 나는 약간의 분노마저 느꼈다. 왜 그 비싼 아파트를 빈 껍데기로 두는가... 주인의 생각이 담겨지지 않은 집이란 얼마나 황폐한 곳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