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조회 수 3150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늘날 사람들의 삶에 정보는 원자만큼, 아니면 원자보다 더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정보 자체가 과학적인 연구 대상이 된지는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원자로 이루어진 먹거리를, 원자로 이루어진 돈 대신 형체가 없는 정보를 주고 받아서 사고, 영화의 광학정보와 음성정보를 받기 위해 돈을 냅니다.) 한스 크리스천 폰 베이어가 2003년에 내놓은 책 ‘과학의 새로운 언어, 정보’는 세상의 근본 이치를 따지는 물리학의 관점에서 정보를 다루고 있습니다. 비트, 유전 정보, 잡음, 정보 전송 속도의 물리적 한계, 생물정보학, 양자 컴퓨터, 블랙홀, 그리고 맨 마지막에 차일링거의 원리를 다룹니다.




물리학, 과학을 연구한다는 것 자체가 정보를 다루는 것이지만 (과학 실험이란 자연에게 질문을 해서 정보를 얻는 것입니다) 아직 그 관점에서는 정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자가 이런 제목의 책을 쓴 것이겠지요.




전통적인 물리학에서 정보와 가장 관련이 있는 분야는 열역학입니다. 엔트로피는 정보의 부족, 우리가 시스템에 대해 모르는 것과 관련이 있고 물리학의 큰 수수께끼 중의 하나인 시간의 비가역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고전 물리학과 근대 물리학을 통틀어  뉴턴의 운동 법칙,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양자 역학 같은 중요한 물리 법칙들은 모두 시간 역전에 대해 대칭입니다. 이 법칙들은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 흘러도 성립하고 미래에서 과거로 흘러도 성립합니다. 당구대에서 당구공이 움직이는 것을 찍은 영화를 거꾸로 돌리면 그것을 바로 알아차리기 어려울 테지만 코끼리가 그릇 가게에 들어온 것을 찍은 영화를 거꾸로 돌리면 바로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릴 것입니다. 이것과 관련이 있는 물리법칙은 열역학 제2법칙입니다.




같은 저자의 책 ‘맥스웰의 도깨비가 알려주는 열과 시간의 비밀’(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06)을 읽고 나서 열역학, 엔트로피, 정보에 대해 제가 모르는 것이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맥스웰의 도깨비가 1914, 1929, 1950, 1982년에 4번이나 다른 방식으로 죽은 이야기(231~243쪽) 중 뒤의 2개는 제가 모르던 것이었고 둘 다 정보와 관련이 있습니다.




리 스몰린은 ‘양자 중력의 세 가지 길’(사이언스북스, 2007)에서 아래처럼 말했습니다.
“물질의 온도와 엔트로피의 의미에 대한 탐구가 원자의 발견을 낳았다. 복사선의 온도와 엔트로피의 의미에 대한 탐구가 양자의 발견을 낳았다. 똑같은 방식으로, 블랙홀의 온도와 엔트로피에 대한 탐구가 오늘날 공간과 시간의 원자적 구조의 발견에 이르게 하고 있다.”




물질을 쪼개고 쪼개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것이 원자라고 데모크리투스는 생각했습니다. 정보의 관점에서 보면, 질문을 던질 때 정보로 답하는 시스템을 나누고 또 나누면 맨 나중에, 예 또는 아니오 1비트의 대답밖에 줄 수 없는 가장 간단한 시스템이 남을 것입니다. 양자 실험물리학자 차일링거는 양자역학을 이러한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본 양자역학에 대한 설명 중 가장 마음에 듭니다.




여력이 되신다면 ‘과학의 새로운 언어, 정보’와 함께 아래 책들을 읽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추천 순서로)

1. ‘맥스웰의 도깨비가 알려주는 열과 시간의 비밀’ 한스 크리스천 폰 베이어 (지은이), 권영욱 (옮긴이)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06) (나중에라도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2. ‘아인슈타인의 베일 - 양자물리학의 새로운 세계’ 안톤 차일링거 (지은이), 전대호 (옮긴이) (승산, 2007) (‘과학의 새로운 언어, 정보’의 역자가 번역한 책입니다. 원저는 독일어로 쓰였고 영어로는 아직 번역되지 않았기 때문에 영어권의 독자들보다 더 빨리 새로운 관점의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3. ‘프로그래밍 유니버스’ 세스 로이드 (지은이), 오상철 (옮긴이) (지호, 2007) (이 책에도 맥스웰의 도깨비와 양자 컴퓨터 이야기가 나옵니다.)


  • ?
    강신철 2008.02.13 09:15
    지금까지 읽은 과학서적들을 총정리하는 느낌을 주는 책입니다. 제 전공이 경영정보학인데, 정보의 개념을 이렇게 명쾌하게 다룬 책은 처음 접합니다. 아직도 지식이 일천함을 절감하게 만드는 명저입니다. 좋은 책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16 공지 몰입의 즐거움 배정임 2005.06.09 1551
1315 공지 8. 천국에서 만난 다섯사람-미치 앨봄 정청미 2005.10.24 1551
1314 공지 중국? 중국! 장미란 2004.05.17 1553
1313 공지 선물 임현숙 2004.05.18 1553
1312 공지 느낌이 좋은 사람들의 99가지 방법 정청미 2005.01.30 1553
1311 공지 3월7일 조준희 2004.03.07 1555
1310 공지 세포사회의cell-오카다 토킨도 이지영 2004.12.07 1555
1309 공지 데카메론 주월랑 2005.01.23 1556
1308 공지 The Blue Day Book - 나를 달래주는 책. file 배소영 2005.01.30 1556
1307 공지 2막. 주월랑 2005.01.23 1557
1306 공지 [23] 나비효과 디지털 마케팅 (안종배) 서윤경 2005.07.12 1557
1305 공지 7인의 베스트 CEO을 읽고. (7th) 송근호 2004.03.05 1558
1304 공지 선진국의 혁신 클러스터 신원식 2006.04.11 1558
1303 공지 원하는가..곁에 있는가... 권정선 2004.04.12 1559
1302 공지 이문열의 세계명작단편 제 1권. 주월랑 2005.01.23 1559
1301 공지 거상 신원식 2006.04.11 1560
1300 공지 10대에 운명을 개척하는 70가지 삶의 지혜 송나리 2005.03.06 1561
1299 공지 상자안에있는사람, 상자밖에있는사람-아빈저연구소 서희정 2006.05.01 1561
1298 공지 모래의 여자 남기원 2005.05.20 1563
1297 공지 [30] 기찬 하루 (권오상) 서윤경 2005.10.04 156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11 ... 72 Next
/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