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010.08.05 19:19

어떤 야합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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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치 못한 목적으로 서로 어울리는 일을 야합이라 한단다. 뒤돌아 보니, 난 지금까지 살면서 야합을 좀 한 것 같다. 



 난 정의(正義, justice)라고 믿고 싶었으나, 어떻게 그리도 쉽고 단순무식하게 정의(正義, justice)에 대한 정의(義, definition)를 고민없이 내릴 수 있었던가 싶다. 따지고 보면, 치기요, 만용이었고, 나름의 독선이었다.



 내가 정의(正義)라 정의(義)내렸던 그 것은 상대의 입장에서 보면 결국 물리적 폭력이었고 불의였다. 주변 사람들을 끌어들여 내 정의에 동의하게 하고 다짐하게 했던, 소위 상대의 입장에서 볼 때, '야합' 그 것은 피해자 시각에서 꽤나 몰염치한 일이다.



 야합의 사례를 일반적으로 두 가지만 들자면, 주로 조직에서 누군가 한 사람을 지목하여 그 또는 그녀를 밖으로 쫓아내는 일이거나, 그러한 조직의 의도를 알아차렸을 때 뜻맞는 이들의 결집을 유도하여 뒤짚는 시도를 하는 이 두 가지가 당장 떠오른다. 야합을 안 하고 살 수는 없다. 야합 그것은 DNA로 전해온 인류의 생존유산으로서 우리네 삶의 한 부분이다.



 야합임에도 불구하고 정의(義)나 대의(大義) 라며 팩트나 자신의 느낌을 갖다 붙여 부연 강조하길 좋아하는 우리네 습성으로 볼 때 우리는스스로 이러한 야합 본능에 대해 인지하고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불현듯 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야합에 정의를 부연하려는 측은한 노력들을 아예 빼라는 주장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당신이 믿고 있는 정의는 아니라는 점과 당신이 저지른 일이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인지하길 바라는거고, 거기에 알맞는 행동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제의 예를 들면, 나의 지인은 야합의 일원으로서 피해자를 향한 연민을 가졌었다. 위로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난 심히 모순된 그를 향해 겉으론 차마 못하고 마음 속으로 통렬히 꾸짖었다. 야합의 일원으로서 피해자를 향해 동정심을 갖고 그를 위로해준다면 그것은 마치 사랑했던 연인을 제 발로 차버리고 실연당한 옛 애인 옆에 앉아 얼마나 슬프냐며 위로해주는 꼴 아닐까. 옆에 있는 사람 귀싸대기 때리고 얼마나 아프냐며 위로해주는 일을 당신이라면 할 수 있을까.




  나라면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대처할 것이다. 나는 먼저 내가 야합했음을 인지하고 야합의 일원으로서 그를 위로해주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를 향한 감정을 배제할 것이다. 그렇다고 왕따시킨다는 얘기는 아니다. 위로만큼은 절대로 하지 못하겠다는 의지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느낀 감정(느낌)을 변명하고 정당화시키는게 아니라 사실(fact)에 대한 객관적인 관찰과 스스로를 향한 냉철한 성찰이라 믿는다.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란 인간은 지금까지 살면서 야합을 좀 하면서 살아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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