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인문 독자들을 직접 만나고 책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아 온 철학자 강신주의 신개념 철학서 이다. 『철학VS철학』은 서양철학 혹은 동양철학에만 갇힌 기존 철학사의 틀을 벗어나 동서양 철학을 모두 망라했다. 56개의 주제에 대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철학자들을 대비시켜 흥미를 유발하고, 어려운 철학 용어를 몰라도 차근차근 읽어 나가면서 개념을 익혀 나갈 수 있도록 했다. 단순히 ‘쉽고 재미있는 철학사’를 넘어 ‘우리의 삶과 감응하는 철학사’를 지향하는 이 책은 방대한 철학의 세계에 들어가는 입구를 찾지 못해 헤매던 사람들, 책 속에 죽어 있는 철학이 아닌 ‘살아 있는 철학’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 흩어져 있는 철학적 지식을 한데 모으고픈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다.
저자는 이번 저서 『철학VS철학』을 통해서 이처럼 철학에 관심많은 독자들과‘철학사’라는 방대한 영역을 소통, 교감하고자 한다. 어려운 철학적 용어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차근차근 읽어 나가면서 개념을 익힐 수 있도록 조율하였고, 추상적 사고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일상적인 비유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등, 독자들을 배려하고 있다. 또한 저자가 직접 집필하여 권말에 붙인 100여 쪽 분량의 철학사전은 이 책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과 개념어를 친절히 설명하는 동시에 해당 항목이 본문에 등장하는 쪽수를 병기함으로써 독자들의 접근성을 높여주고 있다.
철학자들이 아무리 위대하다고 하더라도 그런 철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자신의 특정한 부분을 건드려주고, 보여주고, 허영을 깨주고, 바닥을 보여주는 그런 '철학'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이 인문학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구요. 철학자가 되어서 얻은 것은 세계와 삶이 조금 보였다는 것 정도입니다
머리말
프롤로그
1부 서양편
1. 사물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플라톤 VS 아리스토텔레스
2. 세계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플라톤 VS 루크레티우스
3. 행복한 삶을 이루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에피쿠로스학파 VS 스토아학파
4. 보편자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아퀴나스 VS 오컴
5. 인간은 만물의 영장인가? 데카르트 VS 파스칼
6. 국가는 정당한 것인가? 홉스 VS 클라스트르
7. 타자와의 소통은 가능한가? 스피노자 VS 라이프니츠
8. 어느 경우에 인간은 윤리적일 수 있는가? 흄 VS 칸트
9. 사유재산은 정당한 것일까? 로크 VS 루소
10. 인간의 유한성은 어떻게 보완될 수 있는가? 버클리 VS 들뢰즈
11. 우리가 보는 세계는 모두 동일한가? 칸트 VS 니체
12. 아름다움은 어떻게 느껴지는가? 칸트 VS 부르디외
13. 망각이란 인간에게 불행한 것일까? 피히테 VS 니체
14. 역사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헤겔 VS 맑스
15. 에로티즘은 본능적인 것인가? 쇼펜하우어 VS 바타유
16. 마음이란 무엇인가? 하이데거 VS 메를로-퐁티
17. 인간에게 자유는 가능한가? 사르트르 VS 알튀세르
18. 고유명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러셀 VS 크립키
19. 인간은 언어를 벗어날 수 있는가? 청년 비트겐슈타인 VS 장년 비트겐슈타인
20. 미래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베르그손 VS 레비나스
21. 전체주의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도르노 VS 아렌트
22. 무엇이 자본주의를 살아가게 하는가? 베버 VS 보드리야르
23. 사랑은 타인과 하나가 되는 것일까? 헤겔 VS 바디우
24. 과학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포퍼 VS 쿤
25. 욕망은 부정적인 것인가? 라캉 VS 들뢰즈
26. 소리의 세계에는 어떤 논리가 숨겨져 있는가? 데리다 VS 들뢰즈
27. 생명의 논리란 무엇인가? 도킨스 VS 마투라나
28. 정치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슈미트 VS 아감벤
2부 동양편
1.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공자 VS 묵자
2. 자아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아지타 VS 싯다르타
3. 전쟁에서 승리하는 필연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손자 VS 오자
4. 도란 미리 존재하는 것인가? 노자 VS 장자
5. 집착과 고통이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인가? 나가르주나 VS 바수반두
6. 불교의 공(空)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니야야 학파 VS 나가르주나
7. 몸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유부 VS 편작
8. 인간의 본성은 선한가? 맹자 VS 순자
9.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 공동체가 가능할까? 양주 VS 한비자
10. 동양 전통에서도 논리철학은 가능한가? 혜시 VS 공손룡
11. 모든 일에는 절대적인 필연성이 존재하는가? 동중서 VS 왕충
12. 정신은 영원한 것인가? 혜원 VS 범진
13. 세계를 통일하는 일자는 존재하는가? 왕필 VS 곽상
14. 수양하려는 생각도 집착일 수 있을까? 신수 VS 혜능
15. 깨달은 자가 바라본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원효 VS 의상
16. 종교는 국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법장 VS 백장
17. 마음은 실체적인 것일까? 종밀 VS 임제
18. 세계를 지배하는 원리는 무엇인가? 장재 VS 주희
19. 인간을 초월한 이(理)는 존재하는가? 육구연 VS 주희
20. 이(理)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주희 VS 왕수인
21. 비약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지눌 VS 성철
22. 윤리적 감정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이황 VS 이이
23. 인간의 본성과 동물의 본성은 같은가? 이간 VS 한원진
24. 주자학의 약점은 어디에 있는가? 이지 VS 대진
25. 공자를 새롭게 이해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토 진사이 VS 오규 소라이
26. 이(理)와 기(氣)를 새롭게 사유할 수 없을까? 정약용 VS 최한기
27. 제국의 논리는 사라졌는가? 니시다 기타로 VS 가라타니 고진
28. 한국에서 철학은 가능한가? 박종홍 VS 박동환
서양철학은 니체 혹은 비트겐슈타인의 등장 이후에야 사물의 ‘본질’이란 단지 우리 인간의 가치가 투영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통찰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동양의 사유 전통에서는 본질이란 것이 하나의 언어적 관습에 불과하다는 통찰이 2,000여 년 전부터 이미 상식적인 견해의 하나였다는 점이다. 이것은 과거 동양의 철학자들이 본질이란 것이 얼마만큼 인간의 삶을 억압하는지 이미 성찰했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자신이 사물들에 본질을 부여했다는 것을 망각하고, 인간과 무관한 절대적인 본질이 있다는 사실에 집착하는 것. 이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서양편 1장 ‘사물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국가에 대항했던’ 인디언 사회에 대한 통찰을 통해 이제 클라스트르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묻고 있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지배하고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 복종하는 약육강식의 세계에 살고 있다면, 인간을 동물로부터 구별할 수 있는 근거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약육강식의 ‘경쟁’ 논리에 따르면, 인간은 결국 동물들과 한 치도 다를 바 없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 동물이 아니라 진정한 인간으로 성장하려면, 인...서양철학은 니체 혹은 비트겐슈타인의 등장 이후에야 사물의 ‘본질’이란 단지 우리 인간의 가치가 투영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통찰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동양의 사유 전통에서는 본질이란 것이 하나의 언어적 관습에 불과하다는 통찰이 2,000여 년 전부터 이미 상식적인 견해의 하나였다는 점이다. 이것은 과거 동양의 철학자들이 본질이란 것이 얼마만큼 인간의 삶을 억압하는지 이미 성찰했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자신이 사물들에 본질을 부여했다는 것을 망각하고, 인간과 무관한 절대적인 본질이 있다는 사실에 집착하는 것. 이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서양편 1장 ‘사물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국가에 대항했던’ 인디언 사회에 대한 통찰을 통해 이제 클라스트르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묻고 있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지배하고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 복종하는 약육강식의 세계에 살고 있다면, 인간을 동물로부터 구별할 수 있는 근거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약육강식의 ‘경쟁’ 논리에 따르면, 인간은 결국 동물들과 한 치도 다를 바 없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 동물이 아니라 진정한 인간으로 성장하려면, 인간은 강한 사람에게 복종하지도 않고 약한 자를 지배하려고도 하지 않는 자유인의 의지, 그리고 이와 아울러 자신을 죽일 수는 있어도 자신의 자유를 빼앗지는 못할 것이라는 확고한 용기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서양편 6장 ‘국가는 정당한 것인가?’ 중에서
사랑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난점은 사르트르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타자로 하여금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는 데 있다. 사랑에 빠지자마자 우리는 우선 자신뿐만 아니라 타자도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배우게 된다. 물론 타자를 노예처럼 만들어 나를 사랑하도록 강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강요된 타자의 사랑은 거짓된 사랑이기 때문에 결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상대방의 자유가 아닌 강제된 복종을 통해 드러나는 사랑 표현을 누구라도 쉽게 진실인 것처럼 간주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처럼 사랑의 내적 논리에 근접하면 할수록, 우리는 타자의 타자성이란 문제가 사랑에 있어 심각한 난점을 던져 주고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서양편 23장 ‘사랑은 타인과 하나가 되는 것일까?’ 중에서
노구의 몸으로도 일을 하지 않는 날은 절대 먹기를 거부했던 백장의 정신은, 자유로운 수양 공동체로서의 불교 종단을 유지하려는 그의 처절한 몸부림이었던 셈이다. 백장의 굶주림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화엄종을 정치권력의 이데올로기로 만드는 데 누구보다도 앞장섰던 법장의 행동을 달리 평가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 점이 결국 후일 화엄종의 몰락을 자초했던 중요한 동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복잡한 이론가보다 우직한 실천가가 역사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 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동양편 16장 ‘종교는 국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중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런 절망적인 진단을 통해 오히려 박동환은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사유, 혹은 보편적인 철학의 가능성을 끄집어내려고 했다는 점이다. 박동환에 따르면 한때 주류 철학이었던 동양철학도, 그리고 지금 현재의 주류 철학인 서양철학마저도 어느 때가 되면 마치 옷을 갈아입듯이 가볍게 버린다는 점, 바로 이런 태도 자체가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어떤 절대적 진리로 수용하지 않으려 한 한국 사람들의 성향을 잘 보여 준다는 것이다. ---동양편 28장 ‘한국에서 철학은 가능한가?’ 중에서
철학책이 이처럼 쉽게 이해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자연과학 서적 위주의 독서를 주로하는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에게 인문학의 중요성을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책으로 생각됩니다.
훌륭한 책과 저자의 강연을 준비해주신 회장님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