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과 2장은 지구의 탄생에서부터 먼지와 돌로 만들어진 지구가 오랜 시간을 거쳐 원시 수프를 만들고, 그 깔개 속에서 원시적인 조직이 탄생한 이야기를 다룬다. 생명은 성장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에너지를 일으키는 반응을 훔쳐와야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제3장부터는 본격적으로 생명의 진화 이야기가 시작된다. 원시적인 세포가 분화하여 점차 복잡한 구조를 띠며, 몸을 만들었다. 생명의 초기 역사는 모두 바다에서 일어났으며, 바다는 유례없는 풍요를 누렸다. 생명의 폭발적인 증가의 바탕이 된 바다에 위기가 닥치고, 그 위기는 생명에게 전화위복의 기회를 제공한다.
제6장부터는 생명의 육지 정복과 대량 절멸의 역사를 다룬다. 지구가 푸르게 변한 것보다 더 중요한 사건은 없을 것이다. 구조상의 난점을 극복하고 육지를 정복한 식물을 따라 동물들이 뭍으로 올라왔고, 지구는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육지 정복은 생명의 역사에 전환점이 되었다. 생명이 육지를 정복한 후부터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수많은 생명들이 탄생과 멸종을 이어갔다. 그중에서도 공룡의 탄생과 멸종만큼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야기는 없을 것이다. 거대 파충류의 멸종 원인을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으며, 그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제11장은 공룡이 사라진 세계를 지배한 포유류의 탄생과 번성을 다룬다. 제12장은 의식을 가진 존재인 인류의 이야기이다. 인류는 의식적으로 생명의 역사에 관여할 수 있는 최초의 생명으로 우리가 변화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책에서 다루어진 수많은 사건들과는 다르다. 변화는 계속되며, 인류는 그 변화의 추가적인 원인이 될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라스베이거스의 도박판과 생명의 진화를 비교한다. 우연이 지배하는 세계라는 공통점은 여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리처드 포티는 “살아 있는 삼엽충이 발견된다면, 나는 전쟁에서 죽었다고 여겼던 소중한 사촌이 살아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만큼이나 기뻐하면서 환영할” 것이라고 밝힐 만큼 고생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그는 이런 애정을 담아 화석으로밖에는 만나볼 수 없는 수많은 생명들을 생생하게 되살린다. 생명의 역사에는 확실한 것도, 완결판도 결코 존재하지 않겠지만, 그는 이 책을 통해서 생명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생명에게 닥칠 고난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저자 리처드 포티(Richard Fortey)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수석 고생물학자이다. 이 책은 론 플랑상 후보에 올랐고, ?삼엽충:진화의 목격자?(2001)는 새뮤얼 존슨상 후보에 올랐으며, ?숨겨진 경관?은 1993년 올해의 자연책으로 선정되었다. ?살아 있는 지구의 역사?가 있다. 2003년에는 과학 저술 분야에서 이룬 공로로 루이스 토머스 상을 수상했다. 2002년 대중 과학 이해라는 학과의 교수가 되었으며, 영국 왕립학회 회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