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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리뷰 | ||
인류의 5천 년 문명사는 서로 다른 문명들의 만남과 나눔의 역사, 즉 교류의 역사다. 교류를 떠난 문명사의 연구는 편파성이나 불완전성을 면할 수 없게 되며, 특히 동시적이고 범지구적인 교류확산의 시대를 맞이한 20세기 이후 그 필요성은 더욱 절박하다. 문명교류사에 대한 학문적 정립을 시도한 본서는, 동양과 서양으로 지구를 양분하는 서양중심적 틀을 넘어서 인류 문명교류의 전체상을 이해하는 체계를 세우고자 하며, 이를 통해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만남과 화해를 준비할 수 있는 역사적 근거를 밝히고자 하는 소망을 담고 있다. (책을 내면서) 1_ 출간 의의 국내 학자의 세계사 서술은 흔하지 않다. 더욱이 서양중심적 관점을 벗어나 독자적인 시각으로 세계사를 재구성하는 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조선족으로 중국 연변에서 출생하여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이집트, 튀니지, 말레이 등에서 연구를 수행한 독특한 경력의 학자인 정수일의 저서는, 이러한 점에서 국내에서 보기 드문 학문적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정수일의 독특한 세계사 서술은 무엇보다도 교류사라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한 문명 혹은 한 국가의 역사가 그 자체로 성립하기보다는 주변과의 부단한 교류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저자의 관점은 세계사에서 주로 어떻게 인류 상호간의 교류가 가능했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물론 이러한 교류에 대한 연구가 처음은 아니다. 비단의 교류라든가 유리의 교류 등 특정 유물을 중심으로 그 교류의 흔적을 찾아보았던 시도는 19세기 말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으며, 한국을 중심으로 한 한일 혹은 한중 관계사 등 부분적인 교류사 연구서가 적지 않게 출간되었다. 그러나 이를 종합하여 교류의 관점에서 세계사를 재구성하는 시도는 국내에서 최초이며, 세계적으로도 그 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고대, 중세, 근현세로 나누어지는 3부작 가운데 그 첫 편인 『고대문명교류사』는 교류사를 학문적으로 정초하기 위한 필생의 역작이라 할 수 있다(후속편은 현재 집필 중). 근자에 학문적 전통의 수입에 대한 분분한 문제제기가 있는 가운데, 저자의 연구는 우리의 시각으로 세계사를 재해석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지만, 나아가 서양인들 스스로 대립과 투쟁의 세계관이라 비판하는 서양중심주의를 넘어서 화해와 협력의 메시지를 담아낸 연구서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은 연구라 하겠다. 저자의 바람과 같이 이 책은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준비하는 역사적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_ 이 책의 아홉 가지 특징 1) 서양 중심의 세계사 해석 지양 이미 일반화되어 있는 동양과 서양의 구분 자체가 근대의 산물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왜냐하면 원, 명대 문헌에서 이미 동양과 서양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는데, 이때의 의미는 오늘날과 현저히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 문헌에서는 그야말로 바다를 중심으로 동양과 서양을 구분한 반면, 오늘날에는 서양을 중심으로 서양 이외의 방대한 지역을 자의적으로 동양으로 지칭하고 있다. 인류 문명의 교류사를 다만 동서교류사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교류를 중심으로 세계사를 재해석 서양을 중심으로 생각하자면 신대륙의 발견이겠지만, 인류 전체의 교류사에서 보자면 신대륙의 발견은 기존 문명교류의 새로운 국면에 불과하다. 그래서 서양의 시각을 벗어나면 교류사의 시기는 고인류의 이동 시기까지 소급된다. 문제는 역사 시대 이전의 교류사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본 연구에서는 원시 비너스상, 거석 기념물, 청동기 유물 등 고고학적 발굴 성과를 교류사적으로 재해석하여 고대문명교류를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과 실제를 보여주고 있다. 3) 야만으로 취급되던 유목민족의 교류사적 의의 재평가 동서양 구분에서 알 수 있듯이 서양중심의 일방적인 시각이 아니라 보편적인 시각에서 교류사를 재구성하는 면은 유목민족의 연구에서도 잘 드러난다. 스키타이 - 흉노 - 훈으로 이어지는 고대 유목기마민족은 문명에 비해 야만으로 취급되었으나, 그들 나름의 문화를 일구었을뿐만 아니라 때로는 침략으로, 때로는 무역으로 방대한 지역의 교류를 중개했던 유목민족의 교류사적 의의를 재평가하였다. 4) 고대의 흥미로운 교류사적 사실들 일반적으로 서양인들이 동양에 출몰한 것은 근대 이후라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실제로 로마 황제 안토니우스가 중국에 공식 사절을 파견한 것은 기원후 2세기의 일이다. 이러한 예는 로마의 문헌에서 중국을 어떻게 묘사하였는지, 또한 중국의 문헌에서 로마를 어떻게 묘사하였는지를 분석하는 가운데 발견될 수 있었다. 연구에 의하면 로마가 중국을 알게 된 계기는 비단이었다. 5) 기독교의 전파 또한 고대의 사실 최초로 기독교가 동양에 전파된 것 또한 근대 이후의 일이 아니었다. 고대 기독교가 로마를 중심으로 한 서방 기독교(카톨릭), 그리스를 중심으로 한 동방 기독교(그리스 정교)로 나누어졌던 시기, 동방 기독교의 일파가 중국으로 전파되어 당 태종의 공식 승인을 받기도 하였다. 한국에서도 불국사에서 석제 십자가 유물이 발견되었고, 성모마리아 소상이 출토되기도 하였다. 6) 세계문명교류의 맥락에서 한국사를 재해석할 수 있는 근거 마련. 실크로드와 한국사의 연결은 저자의 일관된 관심사 가운데 하나였다. 한반도 일대의 고인돌과 거석 기념물의 관련, 경주 출토 유리병과 로만 글라스의 관련, 불국사 출토 석십자가와 고대 기독교의 관련 등을 통해 한국사를 교류사적 측면에서 재해석함으로써 세계문명교류사의 맥락 속에서 한국사를 재해석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7) 실크로드 전도 실크로드의 개념을 중앙아시아 비단 무역로가 아니라 문명교류의 통로로 재정의한다면, 전 지구적 범위에서 주요 교류 루트를 재구성할 수 있다. 본서 화보에 실린 실크로드 전도는 바로 이러한 인류 문명교류의 주요 통로를 나타낸 것이며, 저자의 교류사 기획 전반을 요약하는 내용이다. 8) 책의 내용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도 실크로드 전도가 전체 내용의 요약이라고 한다면, 각 장의 시작 부분에는 해당 내용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대표적 지도가 삽입되어 있다. 예컨대 청동기 시대 문화권이나 흉노의 이동과 훈족의 활동 범위 등을 나타낸 지도들은 모두 문헌 고증을 거쳐 저자가 직접 데이터를 제공하고 정보공학연구소에서 제작한 지도들이다. 9) 고대문명교류사 최대의 두 사건 기원후 5세기까지 고대 인류문명교류의 양대 사건은 알렉산더의 제국 건설과 장건의 서역 탐험(서역 개통)이라고 할 수 있다. 화보에서는 두 사건의 주요 장면을 컬러로 실었다. 알렉산더의 이쑤스 전투를 그린 벽화는 폼페이 유적에서 발굴되었고 현재 이탈리아 나폴리 고고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엄밀한 고증을 거쳐 훼손된 부분을 복원하였고, 장건의 서역 탐험은 복장 등에 대한 고증을 거쳐 상상한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