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은 통상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그리스인들이 그 최초의 사용자는 아니다. 그들은 운 좋게도 알파벳을 만든 문화권 가까이에 있었고, 또 알파벳을 받아들이기에 유리한 사회 진화의 단계에 있었을 뿐이다. 이보다 훨씬 오래전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상인과 성직자들이 기록한 장부에서 알파벳의 맹아를 찾아낼 수 있다. 이것이 이집트와 히브리를 거쳐 페니키아에 이르러 제대로 알파벳의 모양을 갖추고, 그리스에 이르러 그 폭발력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알파벳의 성립과정을 따라가며 그 도상에 있었던 문화들을 생생하게 재현해놓은 팩션(faction. fact와 fiction의 합성어)이다. 그 과정에서 현대사에서는 국제 분쟁의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린 중동의 고대 도시들이 지금의 파리, 런던, 뉴욕처럼 되살아난다. 또한 경쟁이 치열했던 유적지 발굴과 비문 해독의 과정을 보는 재미도 적지 않다.
특히 현재 알파벳 철자법의 문제점들을 짚어보는 과정에서 한글에 대해 평가하고 있는 부분이 흥미롭다. 한글도 알파벳의 이 기나긴 여정의 일부로 볼 수 있으며, 그런 관점에서 보면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으로 평가받기에 손색이 없다는 저자의 지적에서 우리는 한글을 문명 교류의 관점에서 다시 평가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들어가며 : 단순한 알파벳의 힘
1. 알파벳의 진짜 발명가는?
2. 언어의 난점
3. 알파벳 선배들의 운명
4. 황야에서 시작되다
5. 알파벳의 꿈, 한글
6. 성서의 땅, 시나이
7. 자주색의 땅, 페니키아
8. 이기적인 알파벳
9. 위대한 도약
10. 비운의 에트루리아 문자
11. 동방에서 멈추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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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신들의 발명이 엄청난 혁명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을 것이다. 새로 발명된 문자는 떠오르는 신흥 민족에게 구심점의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문화와 언어의 경계를 넘어 사방으로 퍼져나가 야심을 가진 주변부 사회들이 단순한 문자 체계의 이득을 폭넓게 누릴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p.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