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이 책은 종교와 신에 관한 문제를 고대 그리스와 이스라엘, 그리고 중세 유럽, 근 현대의 합리적 과학적 세계관의 관점에서 역사적으로 그리고 입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 시대마다 달랐었다. 왜 달랐는가? 신을 바라보는 우리의 기반지식과 세계관이 달랐기 때문이다. 신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은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신에 대해 알게되는게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마음에 대해 알게된다. 이처럼 종교의 진화역사는 인간 정신의 발달사를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종교적 교리가 진실인가 라고 묻는 것은 신화가 역사적 사실이냐고 묻는것처럼 의미없는 질문이다.
02 그러나 저자는 오랫동안 인간의 정신과 교감하면서 영성을 추구해온 종교적 전통이 헛되지 않다고 말한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인간정신을 고양시켜온 종교적 체험과 영성의 유익함을 현대인들은 제대로 맛보지 못한다고 한다. 내 생각도 그렇다. 종교가 사람들을 속여 돈을 낭비하게 만들고 인생을 잘못할게 하지 않는다면 종교는 인간정신의 유익한 체험이 될수있다. 현대의 문자주의적이고 우상숭배적인 엉터리 종교를 기준으로 종교의 가치를 판단하지는 말아야 한다. 종교의 진짜 유익함을 몸과 맘으로 느끼며 마음의 성장과 치유를 하는 사람들이 예전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가능하다.
참고자료
1. 카렌암스트롱 저, 정준형 역, 신을 위한 변론, 웅진지식하우스, 2010
일 때문에 알게된 한 목사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요즘 젊은이들을 만나보면,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거 안 믿어.
그런데 교회에 와서는 연기를 해. '신앙적 연기'를..."
지금 한국 사회에서 '종교'라고 하면 편협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갖가지 추태를 너무 많이 목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목사님의 말처럼, 종교활동이란 그저 주말에 교회나 성당에 들르는(그리고 돈을 내는) 정도의 행위가 되어버린 것도 같다.
하지만 고작 그런 행위를 몇 천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전 인류가 열심히 지속해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의 첫 장에서는 라스코 동굴의 좁은 틈으로 들어가 커다란 공동 속의 다채롭고도 섬세한 동물 그림들을 보았을 때 느끼는 놀라움을 소개한다. 바깥 세상과 차단된 그 동굴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 즉 인간의 힘으로 좌우할 수 없는 자연과 운명 같은 초월적인 것들에 대한 경외감이 종교를 이루는 기초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속에서 자아를 가꾸고 마음을 돌보는 과정을 통해 인생을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이 종교의 기본적인 기능이었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의심받는 동시에 가장 보편적인 종교인 기독교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이슬람교, 유대교, 불교, 힌두교 등 다양한 종교의 예를 들어 종교의 본래 기능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탐구해 간다. 고대인들부터 근현대의 학자들까지 신앙이라는 것을 어떻게 탐구해왔는가를 두루 살펴보게 해주는 지적인 책이다. 특히 기독교는 '수련'이라는 실천적이고 자기수양적인 태도를 도외시하면서 지금 볼 수 있는 병폐가 두드러지게 되었다고 짚는다.
'예수천국 불신지옥'같은 소리에 진저리를 치고 종교를 가졌음에도 자기 종교와 신앙에 대해 여러가지 회의를 느끼는 신자들이 보면 더욱 좋을 책이다. 또 종교를 가졌든 가지지 않았든, '종교'라는 이름이든 아니든 자기 마음을 가꾸는 데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 같다. 이 세상 돌아가는 꼴을 논리적으로 잘 설명할 수 있고, 과학으로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결코 채울 수가 없는 허한 마음이 한 부분 있을 것이다. 아무리 논리로 따지고 합리적으로 처신해도 삶이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러니까 종교를 권한다!'라고 말하는 책은 아니다. 종교에는 원래 인류가 여러가지로 실험하고 사용해 온 이러저러한 기능과 의미가 있으니 그 의미를 좀 받아들여 자기 나름대로 마음을 다스려보면 어떻겠는가, 하고 말하고 있는 책이다.
출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1146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