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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2 20:18

주말 추천서적, 평론가 매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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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평론가 김영진씨가 새 책을 냈습니다.

‘평론가 매혈기’라는 제목으로 전문적인 영화평론이 아니라 영화 매니아에서 영화학도를 거쳐 평론가, 교수로 자리잡아 온 그의 영화 사랑과 일,만난 사람들을 소재로 한 솔직한 고백이 담긴, 비교적 가벼운 산문집입니다.


 그가 만난 감독들 이야기 가운데 故김기영 감독과의 일화를 다룬 부분에선 만남과 대화 장면이 눈에 선할 정도로 생생한데다 내용이 재미있어서 쿡쿡거리며 보았고 이창동 감독의 ‘벌레론’을 소개한 부분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벌레론’은 영화감독 뿐 아니라 문학, 미술 등 다른 분야의 예술가 또는 예술 지망생들에게 하나의 화두를 던져주는 것 같아 소개해봅니다.


  [ (전략)......그(이창동) 스스로 말하길 젊은 시절부터 ‘노는 데 도가 통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소설가 시절 그는 두 권의 창작집을 냈을 뿐이다. 영화감독을 하면서도 그는 자신은 한 번도 부지런히 영화를 찍은 적이 없으며 빈둥거리며 뭉게다가 좀 눈치가 보인다 싶으면 새 영화를 만들었을 뿐이라고 눙을 쳤다.

 

그날 인터뷰의 말미에서 농담처럼 오간 대화 중에 그는 다음과 같이 자신을 정의했다. 이에 따르면 그는 예술가를 가장한 백수였다. 고등학교 국어교사에서 전업 소설가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까지 돈을 많이 벌지 못했을 텐데도 어떻게 했기에 집안에서 압력이 없을 수 있었나, 라고 묻자 그는 그건 어떤 경지라고 말했다.

 

  “그것도 고도의 경지에 올라야 해요. 휴일에 마루 소파에 누워있으면 스스로 거대한 벌레라는 생각이 드는 경지까지 가야 하죠. 주위가 어떻거나 태평천하로 놀고 있는 거대한 벌레가 되는 겁니다. 상대가 그렇게 규정을 하고 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인도 뼈저리게 느껴야 해요. 그게 체화가 되면 경지에 오르며 도를 깨치는 거죠.”]

   (김영진, [평론가 매혈기] 中)




 [망종]으로 유명한 재중동포 장률 감독도 교수직에서 해직된 뒤 10여년 동안 방에 틀어박혀서 면벽 수도하듯이 백수로 지내며 전업 작가 생활을 하다가 영화감독으로 변신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세 번째 장편 작품인 [망종]을 찍어놓고 돈이 부족해 고생하던 장률 감독에게 후반작업의 길을 열어준 사람이 바로 이창동 감독입니다. ‘벌레’는 ‘벌레’를 알아보는 건가보다 생각했습니다.ㅋㅋ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또다른 절망을 안겨주는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벌레 취급을 받기는 쉬워도 자신 스스로 벌레의 경지에 올라야 한다니 아무나 하는 일은 아니구나 싶습니다. 진정한 벌레가 되기까지 겉으로는 한심해 보여도 타고난 능력의 바탕 위에 뼈를 깎는 치열한 고민과 세상에서 한 발짝 물러나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을 갖추려는 고통을 겪어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사이비 ‘벌레’의 함정에 빠지는

오류를 피해갈 수 있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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