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6일. "진화심리학"을 주제로 발표했던. 윤보미예요. ^-^;;
세 번째 발표였는데요,
그 어느 때보다 저 스스로의 감정을 제가 팍팍 느낄 수 있었던 준비 기간이었어요.
그래서 곧 천문우주 전체적인 후기를 올릴테지만
저의 개인적인 후기가 저절로 써지네요.. ^-^;;
(1) 발표 전 : 태어나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책읽기' 시간.
이번 발표에 필요한 책들은 그전에 다루었던 책들에 비해서
훠어어어얼씨이이인~~~ 어렵지도 않고, 이해도 잘 되고.
오히려 우리들에게 "흥미"를 최대한 끌어내는 내용이었지만,
책 읽는 시간동안 저의 감정은.
마구마구 뒤엉켰다가 좌절했다가 스스로 위로했다가...
아. 곤혹스럽고 힘들었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위 책들을 매일 매일. 집에 돌아와서 잠들때까지 읽고.
눈 뜨고 출근준비 하기 전까지 읽는 생활을 하면서
아침밥도 잘 안 넘어가더라구요.
밥 먹다가 정신차리고 내 표정을 살펴보면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거 있죠? ; ;
'인간의 진화의 원동력'을 맞딱뜨리고서
계속.. '아, 번식. 이게 전부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밥을 먹으려니.. 잘 넘어갔겠어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아냐, 다른 것도 있겠지' 혼자 빠져나갈 궁리도 해보고.
그러나,, 워낙 이 부류의 책들만 읽어서인가. 빠져나갈 구멍도 안보이고.
(아마 만약 이 발표기간에 남자친구가 있었다면
남자친구에게 당분간 손 잡지 말아줄래? 하고 거리감을 두었을까나. ;)
그런데. 왜. 거부감을 느낄까.
스스로의 감정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어요.
진화심리학에서 '여자는 성 선택을 지연할 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성 앞에서 수줍어 하는 마음'이 발달했다던데.
그래서 내가 더 이러나 싶고... 만약 남자가 이 책을 읽었으면 나보단 덜 힘들었을까 생각도 했죠.
실제 몇 남자에게 위 책들에서 읽은 내용 중 포인트가 될 만한 부분을
'정말 신기하지 않냐' 하면서 말하니까
저보다 훨씬 순순히 받아들이기도 하는 거 같기도 하고.. 흠. 흠...
제 고등학교 친구 (남자)아이는 제 얘기를 듣더니 갑자기
"야, 너 내년에 몇살이냐"
"28"
"음. 니가 남자의 '자산'과 여자의 '번식가치'에 대해 이야기 하길래
너 자신도 좀 돌아보라고 물어봤다."고도 말하던 (못된) 녀석도 있었죠.
힘들었지만.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것이 꼭 행복은 아니라는 것을
매일 매일 느꼈지만.
그래도...
이를 통해서 인간에 대한 이해 범위가 더 넓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차피 넓은 스펙트럼을 가져야 넓게 볼 수 있잖아요. 그쵸?
그 중 하나의 창을 힘들게 넓힌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보람있었어요 .
(2) 발표 후 : 뭔가 포인트를 빠뜨린거 같아...;
발표에서 무엇인가... 빠졌어요.
전달해야 할 것이 '번식' 뿐 아니라 하나 더 있었는데.
(그래서 후기에서 그 부분을 보충하려구요. ^-^)
제목을 달자면,
"원시적인 지각" 이라고나 할까. ^-^
우리가 21세기에 살면서 눈 앞의 사물이나 현상을 받아드릴때
백만년 전의 원시인이 했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거죠.
'진정 '슈퍼마켓'의 의미를 아는가' . 와 같은 맥락이예요.
실화(1)
어느 월요일 아침에 우리반 아이들에게
"너희 주말에 재밌게 보냈니?" 하고 물어보았더니
"네! " 라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많더라구요.
"주말에 뭐했니? "
"1박 2일 봤어요. " "패밀리가 떴다 봤어요"
그리고 나서 친구들이랑
"요번에 1박 2일에서 간 곳 , 거기 진짜 멋있지 않냐. "
로 시작해서 이런 저런 얘기가 오고가기 시작하길래.
제가 물어보았죠.
"얘들아. 그건, 너희가 '한 것'이 아니잖아.
너희는 집에 앉아서 연예인들이 '노는 것'을 구경만 한거잖아.
그럼 너희는 '남 노는거 구경' 만 했네? 진짜 자기가 한 건 없구. "
라고 말을 했더니...
반응이 이래요.
"어...? 진짜네? "
(이런 아이들의 반응에 저도 신기했다는...;
정말 자기 엉덩이는 하루종일 거실에 붙어있었을 뿐이라는 걸 모르는 표정;)
잘 구별이 안되나봐요.
내 앞의 화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 앞의 화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한 것"처럼 느끼고 생각하는 거죠.
TV는 백만년 전에 없었던 거니까,
백만년 전에 형성된 우리의 마음은 TV 속 영상을 영상으로 받아들일 정도의 진화는 되지 않은걸까요.
<처음 읽는 진화심리학> 책에서도 이렇게 설명해요.
TV를 보는 사람이 TV안의 (부정적이지 않은) 인물들을 보면서
마치 자기 친구와 자기가 노는 것처럼 여긴대요.
그래서 TV를 자주 보는 사람은 실제 친구가 많지 않아도 그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자기가 친구가 많은 것처럼 생각한다는. +_+;
(실화 2)
제가 발표 ppt를 만들면서 볼때 마다 놀랐던 사진이 있었어요.
(아, 방금 올려놓고 또 놀랐어요., 으..... 섬뜩.)
이 jpg 파일이 저를 공격하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전 . 다섯번이면 다섯번 볼 때마다 놀래요.
확. 마음이 쪼그라들었다가 다시 진정하는게 느껴져요.
제 안의.. 백만년 전에 만들어진 '원시적인' 마음을 그 때마다 보는 거 같아요.
이건 단지 파일일 뿐이잖아!!!!
아무리 되뇌어도. 저는 볼때마다 섬찟한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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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결론은.ㅋ
그 때 발표에서 '진화의 원동력' 뿐 아니라
현대를 사는 우리 마음은 전혀!!! 현대적이지 않고.
'원시인과도 같은 마음으로 현대를 지각하고 있다는 점' 도 강조했어야 하는데
그 점이 못내 아쉬워.. 보충합니다. ^-^; ㅋ
참고로.
저 진짜. 당분간 진화심리학 책은 안읽으렵니다.
(진실로, 요 며칠간 인간이 다르게 보였답니다 ; )
나중에 읽으면 좀 무덤덤히 읽을 수 있을까요. ^-^;
( 장종훈씨 후기처럼..
엄마는 아기를 사랑하고. 나는 너와 함께여서 좋고. 우린 서로를 위해 봉사하고.
그렇게 느끼는 대로 살고 파요. +_+ ㅋ ; )
1. 아직 유전자 번식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나로서는... 보미씨의 설명이 참으로 속상했습니다. ㅠㅜ 내가 뭘 그리 더디게 쟀다라고... 에공.
유전자 번식을 위한 나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보상심리로 그래서, 책을 유전자 번식의 의무를 다 한 사람들보다 더 많이 하고 있는건가?? 라는 생각도 들구...
예전에... 발표자료를 준비하다가 (공감의 심리학이던가?), 그 책을 읽다가 인간이 해야할 의무가 두 가지(종족 번식과 정보전달) 라면, 내가 해야하는 의무 중 하나는 그래도 하겠구나.. 라는 생각에 위안했던 적이 있는데, 이번 보미씨 발표에 (보미씨와는 다른 이유로) 다시 한 번 우울해졌어요.. 에공. 내 유전자 번식을 위한 짝꿍은 어디에 있는지.. 흠. 어쩄든 첫번쨰 의무를 다하기 전까지는 계속 두번째 의무를 다 할 겁니다. 열공!!!
2. 수퍼마켓 사진..
언젠가 온지당에서 공부할때 박문호 박사님께서 말씀하셨죠. 공룡은 다 빠져 죽었지만, 인간은 살아남았다라고요.. 그때 전.. 인간이 그래도 공룡보다 낫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최근에 손이 자꾸만 초콜렛으로 다가가고, 주체없이 늘어나는 살을 보면서도 또 밤에 먹는데 손이 가는걸 보면서... 자꾸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아직 그리 심각하게 못 느껴서 그런가! 헐!) '결국 인간도 공룡과 마찬가지일 뿐이야...'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살짝 우울 ㅠㅜ했지만, 다시 생각하면... 겸손해지게 되네요. 인간이나 동물이나 다를 바 없으니... 그들에 대해서도 존중해 주자.
그러던 중 다시 맞닥뜨린 윤보미 회원의 발표.
이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어요. 인간이나 공룡이나...ㅋㅋㅋ ^^*
인간이 진화를 조금 더 한 것은 사실이지만, 본능적으로 먹이에 손이가는 건.. 그리고, 그게 맘대로 쉽게 콘트롤 되지 않은건... '내 몸이(본능)이 아직은 내 머리만큼(의식)의 진화를 하지 못한 건가보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결심합니다. 내 의식의 진화만큼 따라 갈 수 있도록... 본능도 좀 진화시키자.
배가 안 고파도 손이 자꾸 먹는데에 갈 때마다, 식탐이 생기려 할때마다... "진화해야지~!!" 라고 스스로에게 말할겁니다. ^^*
3. "원시인도 현대인과 같은 지각을 하고 있었다는 점"
100% 동감입니다. 이부분을 마음으로 이해하고나면, 세상에 대해 많은 겸손함을 가지게 됨과 동시에, 더 많은 것들이(인문학적으로나 자연과학적으로, 또 인간을, 세상을) 이해되더군요. 정말 중요한 점이예요. 비록 우리 조상들이 동굴에서 살았을지언정, 그들은 지금 우리가 구사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어떤 부분들에 있어서는 지금우리가 할 수 있는 것보다도 훨씬 훌륭한 문화의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이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댓글이 너무 길었어요. 그만큼 보미씨 발표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