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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회익 교수님은 예전에 물리학 서적의 번역으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만, 녹색대학과 최근의 온생명 주장으로 제가 걷는 길과는 멀어지신 느낌입니다. 저는 온생명에 대한 이야기들을 과학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인데, 실재하는 개체들의 관계를 온생명이라고 재명명하는 것 이상의 설명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생태계라고 부르든 지구계라고 부르든, 차이는 없습니다. 수학자 힐데브란트가 했던 말처럼 어떤 도형의 내각을 맥주잔이라고 불러도 명제 자체는 영향을 받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그리고 과학에서 이런 것들을 다루지 않는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복잡계 및 네트워크 이론에서는 우리가 생태계라는 시스템의 일원으로써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보다 깊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신 세대 제약산업은 세포내의 단백질 네트워크를 분석해서 어떤 단백질을 조작할 수 있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는 네트워크 이론에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온생명에 관한 장회익 박사님의 주장은 말 그대로 어떤 사상으로서 받아들일 부분이지 과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과학적인 주장이 파생되어 나오기도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네트워크 이론을 온생명 설로 설명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은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원문에서 언급하셨듯이 이미 70년대에 제임스 러브록이 주장한 가이아 이론도 같은 범주로 볼 수 있겠는데, 가이아 이론의 경우는 지구를 하나의 계로 보는 동시에 외부계로부터 받게 되는 영향에서 어떻게 항상성을 유지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80년대에 연구결과로부터 이 단순 모델은 많은 비판을 받게 됩니다.)


 

 과학은 실재하는 현상(fact)으로부터 규칙을 발견하고 how를 말해줄 수 있는 학문입니다. 과학이 철학이나 사상을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이미 20세기에 들어오기도 전에 과학과 철학은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고 분업했습니다. 과학과 철학(혹은 인문학)이 서로 도와야 하는 것은 맞지만 Hierachy를 말할 수 있는 관계는 아닙니다. 과학이 말할 수 있는 것, 다룰 수 있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좁습니다. 그렇기에 명확하기도 하구요.


 

 재미있는 것은 과학에서 현상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세우게 되는 모델은 과학 밖의 학문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입니다. 지구를 저런 식으로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는 관점도 정성적인 요소의 관계를 설명하는 하나의 모델로서 훌륭하게 기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컴퓨터의 발전으로 얻게된 네트워크 이론과 복잡계 과학 (카오스 이론도 포함시킬 수 있겠지요)들을 가지고 있으며, 온생명에 대한 주장은 지금 우리가 다루고 있는 관점과의 차별점을 갖지 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문의 서두에 쓰신 과학적인 면에서 보면 무용하다는 것이 그런 의미라고 이해했습니다.)


 

 과학과 철학이 분리되었다고 해서 과학자가 철학을 할 수 없다거나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과학과 철학의 경계선을 말하면 감정적으로 저렇게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히려 그렇기에 더더욱 인문/철학적 소양을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장회익 박사님에 대해서 갖고 있던 존경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우리 과학자들이 말하는 과학은 반박가능하고 그것을 인정할 수 있는 겸양의 자세 또한 포함합니다. 온생명에 관한 주장은 반박하거나 논박할 수 있는 가설이 아니라 구체화 할 수 없는 주장이기에 학문의 영역에도 포함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바꿔말하면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선에서 끝나버릴 수 있는 주장이라는 것입니다. 과학자의 입장에서는)


 

 다만, 세상을 바라보는 사상으로서는 인간과 자연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으로 좋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치열하게 벌어지는 인본주의 심리학과 진화심리학의 논쟁에서 나온 결과물들을 많이 받아들이지 못하신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사상으로서든, 정말 진지하게 학문과 과학의 영역으로까지 발전을 시키시려는 것이든, 장회익 교수님도 여러 분야에서 제기되는 질문들에 끊임없이 진지하게 답변하셔야 겠지요.

Who's 장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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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lpheed96@gmail.com KAIST dept. of Physics, Ph.D candi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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