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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신문에서 무슨 책의 저자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는 외국에서 늦은 공부를 시작했고 이후 뚜렷한 직업이 없이 평생을 읽기와 쓰기에만 몰두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는 ‘공부 사이코’였다. 공부 말고는 사교 활동도, 명예도, 권력도, 재물도 필요치 않은 것 같았다. 그가 허름한 집에서 입에 거미줄 쳐지고 엉덩이가 물러터지도록 책만 읽는 모습이 절로 떠올랐다.





그 기사가 아직까지도 선명히 기억되는 이유는 인터뷰 후에 일어난 일 때문이다. 인터뷰가 끝나자 저자는 뜬금없이 기자에게 몇 살이냐고 물었다. 기자에게도 그건 좀 의외의 질문이었는지 주저주저하며 대답하자 저자가 한 마디를 날렸다. 이게 그 기사의 마지막 문장이었다.


“마흔? 공부를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나이지.”





허! 그의 말에 난 야구 방망이로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팔팔할 나이인 나도 정신이 번쩍 들었으니 마흔의 기자는 더 그랬을 것이다.





시간이 오래 지나도 그 ‘공부 사이코’가 한 말이 잊혀지지 않았다. 가끔씩 난 그의 말을 되뇌곤 했다. 마흔... 공부를 시작할 나이...


그런데 며칠 전 독서클럽의 게시판을 읽고 있다가,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의 말이 다시 생각났다. 왜 기자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이젠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학습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이미 분명히 알고 있었던 사람이다. 학교에서 배운 공부는 살기 위한 공부다. 기본 지식과 전문 지식을 얻어 직장과 일을 찾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공부. 마흔은 이제 자기 자신의 인생 괘도에 제대로 진입한 때를 말한다. 생활이 안정되고, 아이들은 웬만큼 자라서 시간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다. 주변의 들뜨고 복잡한 관계들도 어느 정도 가라앉는다. 주변이 정리되고 비로소 내가 보이는 나이. 그 나이가 되었을 때 해야 할 일. 그에게 그것은 골프도, 재테크도, 승진도 아닌, 바로 독서를 통한 '진짜' 공부였다.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바로 그 학습독서인 것이다.





나이 먹는 걸 싫어하는 이들이 많지만 솔직히 나는 마흔을 기다려왔다. 아이들이 크면 좀 여유가 생길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마흔 이후로 미루었다.


'뭐여? 하고 싶음 그 때부터 시작하면 되지 마흔 땡! 종 치면 하려고?'





아뿔싸! 그런데 마흔을 겨우 몇 년 앞둔 지금, 독서 클럽에서 학습독서의 종을 쳐버렸다. 종이 울렸으니 출발하지 않고 배길 수가 있나, 속도가 늦더라도 열심히 달려야지!


요즘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은 내게 채찍과도 같다. 아직도 멀었다고 질책하기도 하고, 달리라고 격려하기도 한다.





책을 읽고 싶었다. 그럼 읽으면 된다. 알고 싶었다. 그럼 배우면 된다. 서른일곱? 내겐 공부를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나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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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수 2007.11.11 09:08
    책을 읽고 싶었다!
    알고 싶었다!
    이 두 문장이 뼈속까지 전달 됩니다.

    그럼 읽으면 된다.
    그럼 배우면 된다.

    두가지 해답이 머리속 뿌연 잔상을 확 걷어 버립니다.
    기다리던 양경화 회원님의 독서 선언문 잘 느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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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원 2007.11.11 09:08
    스스로 '헛살지 않았다' '나잇값은 한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살려면 정말 치열하게 배우면서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 슬슬 시작해 보려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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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희 2007.11.11 09:08
    말씀하신 그 공부싸이코는 혹시 "조중걸" 이라는 분 아닌지요?
    제가 아는 분(조중걸)님의 인터뷰 내용과 같아서... ^^*

    동일 인물이라면...
    그 공부싸이코라고 표현하신 분요..
    싸이코는 아니시고, ^^*
    말 그대로 '알고 싶다는 것' '궁금하다는 것' 이외엔 아무런 욕심 없이 사는 분입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알았기에 후회도 미련도 없다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이지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우리 모임에 초청하고 싶은 분이기도 하구요.
    하염없이 보고파서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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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희 2007.11.11 09:08
    세상은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대로만 보이고, 듣고 싶은대로만 들립니다.
    - 조중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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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동환 2007.11.11 09:08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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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숙영 2007.11.11 09:08
    몇 번 못 뵈었지만 볼 때마다 내심 놀랐었어요. 지금도 충분히 놀라운 열정을 가지고 계신 거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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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미 2007.11.11 09:08
    최근에 읽은 <나는 학생이다(왕멍)>이란 책이 떠오르네요(독후감에도 올려놨어요). 책읽기와 배움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열정과 명랑함, 참 좋습니다. 저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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