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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7 10:55

중청 대피소

조회 수 2451 추천 수 0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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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대청봉 아래

중청 대피소

 

남인 듯 우연인 듯 

봄 짓 한 산 사람들

사람들 하나하나 내 살붙이 처럼 느껴진다.

주거니 받거니 술과 마음을 나눈다.


아버지와 함께 한 입대 전 아들

아버지와 함께 한 열살배기 아들


 

내 아버지와 함께 한

1992년의 보문산 산행이 떠올랐다.

그것이 마지막 일 줄이야


 

산장에 누눠 잠을 청해 보지만

쉬이 잠들지 못한다.


 

힘없는 비상구 조명 아래

피곤에 지쳐 잠든 이들의 사람내음이

매마른 산장 분위기를 연출한다.


 

비상구 조명 빛에

풍장을 읽어 갔다.

잠시 후 알 수 없는 느낌에 휘말린다.


 

단잠을 포기하고

눈에 젖은 등산화를 다시 신었다.


 

새벽 3시 대청봉 오르는 길

다시 거세진 눈발이 문을 닫는다.

응수라도 하듯

거센 고요함을 반기고 싶어

렌턴 켜기를 포기했다.


 

순간!

달빛에 반사된 순백의 눈이 눈을 뜬다.

길이 보인다.

대청 빙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정상과 가까워 질수록

대청봉과 맞다은 별들이 손짓한다.


 

무어라 반갑다 인사하고 싶지만

방법이 생각나질 않는다.


 

새벽 3시 30분 대청봉

멀리 동해바다에 오징어 배 두척이 보인다.

천불동, 한계령에서 올라오는 이들의 불빛이 보인다.

글쓰기를 위해 준비해간 신문지를 펼쳤다. 다시 접었다.

정체모를 사무침이 엄습해 온다.

 

2007. 1. 28 눈에 덮힌 중청 대피소에서



<사진설명>시속의 중청산장에서 대청봉을 오르는 길
  • ?
    이재우 2007.05.17 10:55
    여기서는 사진을 아무리 뒤져봐도 중청산장에서 대청봉 오르는 길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거기서는 눈앞에 펼쳐지겠지요.
  • ?
    양경화 2007.05.17 10:55
    한밤중에 꼭대기에 올라 혜영씨에게 생일 축하 전화를 했다는 얘기가 빠졌군요. 따로도, 둘로도, 두 분이 눈같이 아름답습니다.
  • ?
    이상수 2007.05.17 10:55
    아~!
    안가본 못가본 곳은 왜 이리 많고
    안읽고 못읽은 책은 왜 이리도 많은지?!
  • ?
    임숙영 2007.05.17 10:55
    글과 사진을 보면서 대학교 2학년 여름, 이른 새벽 중청 대피소에서 아침밥을 지어 먹고 드문드문 안개가 낀 사진 속의 길을 걸어 대청봉에 올랐던 생각에 가슴이 벅찼습니다. 4박5일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걷고,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라 두 팀이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밤새 비에 불어난 계곡을 건너다 떠내려갈 뻔 했던 아찔했던 순간까지.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산에 오지 않으리라 큰소리쳤건만, 어느 선배의 말처럼 집에 돌아와서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산이 그리웠었지요.^^
  • ?
    문경수 2007.05.17 10:55
    임숙영 회원님의 글을 읽으며 그날의 느낌을 다시금 떠올려 봅니다.
    중청 대피소에 도착하자자마자 폭설이 내려 입산통제령이 발령됐습니다. 산속에 갇혔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선택받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젠 없이 눈길을 걸어서 지칠데로 지쳤지만.. 체력을 비취한다고 마냥 쉴수만은 없었습니다. 산장 밖에 눈이 얼마나 많이 내리고 있는지, 산중의 밤은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서 신발끈을 다시 동여맬 수 밖에 없었습니다.
  • ?
    정영옥 2007.05.17 10:55
    눈을 돌리니 밟아보지못한 아름다운 조국땅이 너무도 많습니다.
  • ?
    현영석 2007.05.17 10:55
    우리 독서크럽 마니아들은 다 시인이군요. 독서크럽 마당이 펼쳐지니 전국의 시인과 책/지식에 특출한 재능있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자기조직화 조직 틀에서 창발적으로 발전하고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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