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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산책] 디지털 도서관도 사람냄새 나게…

                                                        표정훈 <출판 칼럼니스트>

뉴캐슬 문학.철학회(The Newcastle Literary & Philosophical Society). 이름만 보아서는 영국 뉴캐슬 지역의 문학 및 철학 연구자들의 학술 단체로 간주하기 쉽다.

그러나 이곳은 15만권의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이다. 일반 도서 이외에 시작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과 대형 활자도서도 소장하고 있으며, 19세기 영국의 희귀본 잡지 콜렉션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이 문학.철학회라는 명칭을 지니게 된 것은 1793년 윌리엄 터너 목사의 주도로 시작된 뉴캐슬 지역 지식인들의 토론 모임이 그 출발이었기 때문이다.

토론을 위해 필요한 책을 조금씩 갖추어 나간 끝에 1798년부터 사서를 두어 정기적으로 도서 목록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역 도서관 역할에 주안점을 두게 되었고, 1820년에 '영연방 지역에서의 노예제 폐지를 위한 뉴캐슬협회'가 이곳에서 결성되는 등 사회 운동의 중심지 역할도 했다.

오늘날에는 문학.철학.역사.예술 등을 주제로 하는 초청 강연, 지역 대학과 연계하여 진행하는 강좌 프로그램, 점심 시간 콘서트, 토론회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

음악 관련 도서 자료와 LP 레코드를 비롯한 음반을 갖춘 음악실도 있다.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라 뉴캐슬 지역의 문화 사랑방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이 운영하는 일종의 사회 단체에 해당하기 때문에, 회원들로부터 받는 회비로 운영된다.

얼마 전 문화관광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내놓은 '도서관 발전 종합계획'과 '학교도서관 활성화 종합 방안'은 눈부시기 그지없다.

2011년까지 2조5천억원을 투입하여 도서관 시설과 자료를 확충하고 도서관을 네트워크화하는 것은 물론, 공공도서관 자료 구입비를 예산의 20%까지 확대한다고 한다.

특히 모바일 도서관 청사진이 눈길을 끈다. 2006년까지 10여개 기초자치단체를 '밀레니엄 도서관 시범지구'로 지정, 해당 지역 도서관들의 목록 공유, 공동 대출 및 반납은 물론 모바일 무선 랜서비스, 자동 대출반납 등의 첨단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눈부신 청사진의 그림자 몇가지만 지적하자. 첫째, 전문성을 갖춘 사서 인력을 양성.확보하고 사서에 대한 처우를 대폭 개선하며, 그들의 직무 안정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공공도서관을 행정기구로 간주하는 일부 당국자들의 그릇된 인식에 뜻있는 사서들은 절망한다. 뉴캐슬 문학.철학회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사서 인력을 확보한 다음부터의 일이었다.

"통신망으로 정보를 검색하면서 답답함을 느끼는가? 제발 도서관으로 가라. 원하는 것을 찾는 데에 도움을 주는 살아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미국의 천문학자.정보통신 전문가이자 작가로 '허풍떠는 인터넷'(세종서적)의 저자인 클리포드 스톨의 말이다.

둘째, 일종의 정보기술(IT) 만능주의의 위험성이다. 최신의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이용자 친화적인 도서관 환경을 조성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도서관 관련 투자의 우선 순위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 의문과 관련, 1997년에 출간된 '디지털 도서관 꿈인가, 광기인가, 현실인가'(김정근 편, 민음사)의 문제 의식은 아직까지 유효하다. 도서관을 '생각의 속도'로 진화시키려는 성급함은 '생각의 내용'이 빠진 껍데기 진화의 위험을 안고 있다.

'빌 게이츠@생생각의 속도'(청림출판)의 저자 빌 게이츠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오늘날 나를 있게 한 것은 동네의 공공도서관이었다." 2백여년에 걸쳐 느리게 진화한 뉴캐슬 문학.철학회는 도태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공공도서관이 지역 주민의 참여 공간.문화 공간이 되기 위한 방안이다. 뉴캐슬 문학.철학회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도서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도서관도 주 5일 근무제 확산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뉴캐슬 문학.철학회가 출범할 즈음에 활동한 영국의 극작가이자 정치가 리처드 셰리든(1751~1816)이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 우연만은 아닌 듯 싶다. "마을의 도서관은 지식의 상록수와 같다."


출처 : 인터넷 중앙일보(www.joins.com)  2002.08.23 15:5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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