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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이다. 아름다운 음악이 흐른다.

음반 자켓의 표지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곡으로 음반 표지 앞면에는 Walter Gieseking, MOZART piano sonatas no.1~no.5라고 쓰여 있으며, 뒷장에는 곡이름과 K.279, K.280, K.281, K.282, K.283의 숫자가 쓰여 있다. 연주자와 곡의 번호를 말하는 것이겠지만 나는 잘 모른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니 나에게는 연주자나 곡이름에 전혀 의미가 없다. 작곡자도 잘 분간을 못하는데 연주자나 곡이름이야 더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음악을 잘 모른다는 게 수치스런 얘기는 아니래도 자랑할 만한 얘기는 아닌데, 이렇게 밝히는 이유는 음악은 듣고 좋아할 수 있다면 제목이나 그 음악에 대한 지식은 필요치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는 데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젊었을 때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고 익혔더라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인데 그때는 다른 일에 더 관심이 많았던지, 아니면 바쁘다는 핑계로 하고 싶었던 일들을 뒤로 미루다가 이제 뒤늦게 시간이 많아지고 여유로워지니까, 그제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이것저것 한꺼번에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와서 이 곡이 누구누구의 무슨 곡이니 하고 억지로 외우려니 외워지지도 않고 또, 외우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포기한 것일 것이다. 그래도 늦게라도 음악듣기를 좋아하게 된 것만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그냥 편안하게 자주 듣는 편이다.




어제 천문학 모임에 참석하여 계룡산 산행까지 하고 밤을 새고 집에 돌아와서, 오랜만에 거의 자지 않는 낮잠까지 자고 일어났다. 난생 처음으로 망원경을 통해서 별을 보았다. 별자리 중에서 오리온자리란 이름은 많이 들었어도, 직접 그 별자리의 모양을 확인 한 것이 처음이었다. 오리온자리를 사냥꾼이라 부르며, 윗쪽 큰 별이 베텔기우스이고 아랫쪽 별이 리겔이며, 삼태성 밑에 있는 구름같은 오리온 네블라에서 새로운 별들이 탄생한다는 것 등, 처음 듣는 말들이었다. 별이라면 어린시절 국어 교과서에 나왔던 알퐁스도데의 단편 ‘별’의 이야기와 생덱즈베리의 ‘어린왕자’가 고작이고, 여행하면서 네팔 산간지방에서 본 깜깜한 밤하늘에 쏟아지던 별들이 환영으로 지나가는 정도였다. 오래전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TV에서 다큐멘터리로 보고 우주와 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도 했고, 평범한 영화 ‘콘텍트’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본 정도이지, 이렇게 직접 이름을 불러가며 별자리를 보고, 거기다가 망원경을 통해서 별을 관찰한 것이 처음이니, 이름을 제대로 아는 별자리는 북두칠성과 북극성에 어제 배운 오리온자리가 하나 더 추가된 것이 전부이다.




별 관측 모임에 대한 후기를 적으려다보니, 내가 음악을 듣는 방식과 너무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찬찬히 음반 자켓의 표지를 보게 된 것이고, 아는 것이 너무 없다고 느낀 것이다. 하루 중에도 많은 시간 음악을 듣기는 해도, 하나하나 이 곡이 무슨 곡인지 확인하며 듣는 연습을 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났다. 또 지금부터라도 별자리도 하나하나 이름을 외워가며 찾아보고 확인한다면 천문학에 대한 지식도 많이 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되도록 일찍 관심을 갖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어제 다녀온 독서모임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아이들을 설득시켜 독서클럽에 가입을 시키거나, 균형 있는 독서를 하도록 권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운동선수는 운동을 열심히 하고, 학자는 연구를 열심히 하고, 농부는 농사를 잘 짓는 것,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또 적당히 행복하게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박을 한다.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음악의 이름이나 작곡자를 알지 못하고, 별자리의 이름 하나하나 다 알지 못해도, 음악을 듣고 흠뻑 빠질 수 있고, 별을 보고 그 신비로움에 가슴 떨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고마워하고 행복해야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었다.




이야기는 그 정도에서 끝을 냈지만, 지금도 어느 것이 옳은지 나도 잘 모른다. 철학적인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 주제가 나에게도 똑같은 문제로 부딪치고 있다. 요즈음 독서클럽 덕분에 독서의 양이 많아지고, 뇌과학과 천문학에도 관심이 많아지기는 했는데, 지식이 많이 쌓아진다고 더 지혜로워 지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게으른 자의 변명이 되어서도 안 되는 것 아닌가? 독서도 많이 하고, 독서를 통해 쌓은 지식이 삶으로 용해되고, 지혜로워지도록 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것이 백북스 클럽의 목표일 것이고, 백북스가 다양한 계층의 회원들과의 교류와 등산과 같은 신체 단련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이유일 것이다. 신체의 단련이든, 지성이나 감성의 훈련이든 되도록 젊은 시절에 기초를 닦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든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는 격언으로 위안을 삼는다고 하겠지만, 젊을 때부터 균형 있는 독서를 하고, 되도록 많은 분야에 의식적으로라도 노력을 할 걸 하는 후회가 왜 없겠는가? 다행히도 백북스 클럽을 알게 되어 처음으로 아이젠을 착용하고 눈 덮인 산을 오르기도 했고, 망원경을 통해 하늘의 별을 보기도 했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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