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분 좋은 저녁이었다.
물론 첫번째 이유는 이숙희 교수님의 좋은 강의 덕분이었다. 컨디션도 좋지 않으신데 땀을 연신 닦으시면서도 웃는 얼굴로 열심히 강의하시는 모습이 너무 감사하고 또 아름다웠다.
이 교수님은 강의 중 시의 '상징성'을 많이 강조하셨다.
생각해본다. 시인, 미술가, 음악가 그리고 과학자도 세상에 존재하는 그러나 잘 드러나지는 않는 아름다움과 진리를 찾는 사람들이 아닐까? 과학자들을 흔히 눈에 보이는 세계만을 추구하는 사람들로 오해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들은 눈으로 귀로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세상의 이면을 보고 들으려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발견한 아름다움과 진리를 상징적인 수식과 한 줄의 글로 표현한다. 시처럼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해본다. 각고의 노력과 탁월한 직관으로 어느 시인과 과학자가 아름다움과 진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상징화했을 때, 그들은 그 아름다움과 진리를 다 본 것일까? 아닐 것이다. 그들이 먼저 보긴 했지만 다 본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와 예술작품과 과학이론에 많은 재해석이 뒤따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열심히 노력한다면 위대한 예술가와 과학자들이 먼저 본 아름다움과 진리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보지 못한 부분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열심히 아주 열심히 노력한다면 말이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물론 책이다.
어제 모임에서 나를 기분 좋게 만든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모임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혜영씨가 나를 잡았다. 이유는 나에게 작은 액자를 하나 전하기 위함이었다. 그 액자에는 내가 전에 우리 모임에서 발표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너무 좋아서 차 안에서 또 꺼내 보고 집에 와서 아내에게 자랑도 했다.
아들 녀석은 "아빠 뭐야" 하면서 액자를 낚아챈다. 그리고는 "에이 아빠만 있잖아" 한다. 속으로 그래 나중에 너도 아빠랑 우리 모임에서 사진 한 장 찍자라고 생각하며 미소지었다. 이 작은 선물을 기획하고 제작해주신 회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나의 가장 소중한 추억과 보물로 잘 간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