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명 :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 (Die Sieben Worte Jesu Christi am Kreuz)
작곡 : 하인리히 쉬츠 (Heinrich Schutz, 1585-1672)
지휘 : 루돌프 마우에르스베르거 (Rudolf Mauersberger)
출연진 : 드레스덴 십자가 합창단 (페터 슈라이어, 테오 아담 등)
녹음 : 드레스덴 성누가 교회, 1966년 10월
레이블 : Berlin Classics
얼마 전 선배한테 음반 한 장을 선물받았다.
하인리히 쉬츠는 바흐보다 100 년 전 시대의 작곡가이다.
서양음악사에서의 바로크 음악은 쉬츠가 열고, 바흐가 닫았다.
쉬츠는 일생의 대부분을 드레스덴 성 누가교회에서 칸토르로 지내면서
드레스덴 십자가 합창단 (dresdner Kreuzchor)을 키워내고 조련하였다.
루돌프 마우에르스베르거는 드레스덴 십자가 합창단을 이끌면서 쉬츠의 적통을 이었다.
쉬츠의 음악이라면 단연 드레스덴 십자가 합창단의 음반이 명연으로 꼽힌다.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은 오라토리오 형식의 수난곡이다.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좌우 십자가의 강도와 나누는 대화, 군중들에게 전하는 말로 이루어지는데
특히 쉬츠의 이 곡은 간결한 화성을 사용하여 더욱 성스럽게 느껴진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일곱 말씀을 전했으니 한번 들어보라는 내용의 합창이 잔잔히 울려퍼지고,
비올라 등 현악기 몇 대와 오르간으로 이루어진 간결하면서도 성스러운 합주 부분이 뒤따른다.
합창과 합주가 5분 쯤 이어지고 드디어, 보이 알토의 독창이 시작된다.
"3시가 되어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셨다."
복음사가의 역할을 맡은 이 보이 알토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가슴을 후벼판다.
투박하게 뻗은 그 목소리가 애절하게 가슴 깊이까지 파고들면
독일어 특유의 굴림과 혓소리가 내 몸안에 찌든 세속의 먼지를 구석구석을 벗겨낸다.
"앨리 앨리 라마 아사브타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 저를 버리셨나이까)
지금은 거장이 된 테너 페터 슈라이어는 예수의 목소리를 전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소년과 페터 슈라이어의 말이 궁금하여 번역된 가사도 찾아보았고,
가사를 따라가며 듣고 또 들었다.
하나의 음반이 아니라 바로크 음악의 세계로 통하는 열쇠를 선물받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