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철새들의 분변에서 검출되었다는 사실은 놀랄 일이 전혀 아니다. 철새는 물론 텃새들도 수천, 수만 년 동안 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왔을 것이다. 그리고 해마다 몇 마리씩은 죽었을 것이다. 다만 그들 세계에서는 사회적인 문제가 되지 않을 뿐이다. 좀처럼 엄청난 규모의 집단 죽음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닭장 속의 상황은 다르다. 한 마리만 비실거리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닭장 안의 모든 닭들이 감염될 수 있다는 걸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직 멀쩡해 보이는 닭들까지 몽땅 끌어 묻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야생조류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 우리가 기르는 닭들에게는 이처럼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일까? 이 문제의 핵심에 바로 변이의 중요성이 있다. 야생조류의 개체군은 유전적으로 다양한 개체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그들 중 한두 마리가 감염되어도 좀처럼 전체로 번지지 않는다. 그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부족한 개체들 중 일부가 죽어나갈 뿐 유전적으로 다른 대부분의 개체들은 살아남아 자손을 퍼뜨려 죽은 개체들이 비워준 공간을 메우며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가 기르는 닭은 오랜 세월 알을 잘 낳도록
인위선택(artificial selection) 과정을 거치는 바람에 비록
유전자 복제기술에 의해 만들어지진 않았어도 거의 ‘복제닭’ 수준의 빈곤한 유전적 다양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일단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닭장 안으로 진입하기만 하면 모든 닭들이 감염되는 건 시간 문제일 뿐이다.
전혀 생각치 못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