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개념은 타고나는 걸까, 배우는 걸까? 생후 5개월 아이의 수학능력
아이가 간단한 말을 하기 시작하면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열심히 가르치는 게 있다. 1, 2, 3, 4, 5…, 숫자를 가르치는 것이다. 아이가 잘 알아듣지 못하면 엄마는 기가 팍 꺾이고, 반대로 금세 애가 숫자를 구분하면 엄마는 수고한 보람과 함께 혹시 우리 아이 천재 아니야 하는 상상을 한다.
한 그룹의 경우, 아이가 똑똑히 볼 수 있도록 하면서 테이블 위에 미키 마우스 인형을 하나 놓는다. 그런 다음 천으로 이 인형을 가리고 아이 앞에서 천 뒤로 인형을 하나 더 놓는다. ‘1+1’이다. 반면 다른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테이블 위에 인형 두 개를 놓여주고 천으로 가린 다음 아이가 볼 수 있도록 인형을 하나 뺐다. 이 경우는 ‘2-1’이다. 이렇게 한 다음 두 그룹 아이들 앞에 있는 천을 치운다. 이때 나타난 인형의 개수는 ‘1+1’의 경우는 2가 되어야 하고 ‘2-1’의 경우는 1이어야 한다. 아이는 이런 산수를 할 수 있을까? 윈 교수는 아이들이 간단한 숫자에 대한 개념을 아는지 모르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1+1’의 경우, 시험의 반은 최종 인형의 개수가 2가 아니라 1이 되도록 했다. 그리고 ‘2-1’의 경우는 1이 아니라 2가 되도록 했다. 아이들은 이상하거나 새로운 것을 보면 더 오랫동안 그것을 바라본다. 이를 통해 아이들의 반응을 확인했더니 결과는 놀라웠다. 1+1=2인 경우보다 1+1=1인 경우에 아이들은 더 오랫동안 인형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2-1=1보다 2-1=2인 경우 더 오랫동안 인형을 쳐다보았다. 이 연구결과는 우리가 간단한 숫자개념을 갖고 태어난다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윈 교수는 “인간은 한 개, 두 개, 세 개와 같은 숫자를 구분하는 정신적인 체계를 선천적으로 갖고 있으며 아기 때부터도 이미 무의식적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1,2,3을 진짜 아는 거야? 1:2 비율을 아는 거야?
버터워스 교수는 소수의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호주 원주민어를 쓰는 4~7세의 어린이들과 영어를 사용하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숫자에 관한 시험을 보게 했다. 그런데 결과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버터워스 교수는 숫자개념은 타고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1, 2, 3, 4, 5 하고 숫자를 세는 것은 우리 머릿속에 있는 숫자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모든 과학자들이 우리가 숫자에 대해 타고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지난해 하이네켄 인지과학상 수상자인 파리에 위치한 프랑스대의 인지심리학자 스탠 데핸 박사는 이렇게 비판한다. 윈 교수와 버터워스 교수의 실험결과는 아이들이 1,2,3과 같은 숫자를 선천적으로 알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갖고 있는 ‘어림짐작을 통한 수리감각’(approximate number sense, ANS)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ANS는 우리가 일일이 개수를 세지 않고도 어림짐작만으로도 그 양을 알 수 있는 수리능력을 말한다. 그러므로 윈 교수나 버터워스 교수의 실험결과는 아이들이 1, 2, 3을 아는 게 아니라 ANS을 이용한 1:2와 같은 간단한 비율의 차이를 파악하는 걸 보여준다고 데헨 박사는 생각한다. 아마존 문두루크족은 숫자를 어떻게 바라보나? 이처럼 선천적인 숫자개념을 부정하는 데핸 박사는 지난해 5월 우리의 숫자에 대한 감각이 후천적으로 배우는 것이라는 상반된 연구결과를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데헨 박사는 우리가 갖고 있는 숫자체계가 후천적으로 배우는 것이며 따라서 문화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아마존 밀림에 사는 문두루쿠(Mundurucu)족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그가 문두루크족을 선택한 이유는 그들의 언어가 숫자 5까지만 갖고 있기 때문. 데헨 박사는 화면 왼쪽에는 1개의 점, 오른쪽에는 10개의 점을 나타낸 뒤 그 밑에 가로로 선을 두었다. 그런 다음 아래에 1~10개 사이의 점들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실험 대상자들에게 가로 선에서 커서가 놓인 지점에 몇 개의 점이 와야 하는지를 물었다.
예를 들어 커서가 중앙에 있을 때 거기에 와야 하는 게 몇 개의 점인지를 물었다. 그 결과, 비교대상인 서구인의 경우는 1과 10의 중간이 되는 5를 선택한 반면 문두루크족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3의 점을 1과 10의 중간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데헨 교수는 문두루크족이 비율적으로 로그척도를 이용해 숫자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문두루크족의 수학적 사고에 따르면 10은 5의 2배지만 5는 1의 5배이기 때문에 5는 1보다 10에 더 가까운 것이다. 이렇게 숫자에 대한 개념이 서구인들은 교육을 통해 선형적으로 갖는 반면 문두루크족은 선천적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ANS를 이용해 비율인 로그척도로 수를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데헨 교수는 말한다. 즉 우리의 숫자감각은 학습을 통해 후천적으로 배운다는 것. 그렇다면 이제는 숫자감각이 후천적이라는 것으로 결론이 완전히 난 걸까? 따라서 '2 더하기 2'도 못하는 수학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교육을 통해 개선의 여지가 있는 걸까? 그런데 최근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가 발표되면서도 상황은 다시 복잡해졌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선척적인 수리감각인 ANS가 누구나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사람마다 차이가 큰 데다 수학점수와도 상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
왜 어떤 사람은 「2 + 2」도 못할까? 100명 중 5명이 산수장애
“저는 다른 모든 과목에서는 탁월한 학생이에요. 하지만 수학에서 계속 점수를 낮게 받으니까 제가 정말 미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까닭에 그녀는 한동안 전문대학(college)에서 수학과목을 수강하지 않았다. “내가 바보 천치구나 하는 걸 상기시켜주는 수학을 참을 수 없었던 거죠.” 지난해 11월 질은 자신의 학습장애에 대해 진단을 받았다. 그녀의 IQ는 평균 이상이었다. 하지만 수리능력은 11살짜리 애와 같았다. 그녀는 이른바 산수장애(dyscalculia, 계산불능 또는 난산증으로도 불린다)라는 학습장애가 있었던 것이다. IQ는 평균 이상인데 더하기 못해 산수장애란 진단은 그녀의 수학점수뿐 아니라 그녀가 생활에서 겪는 여러 어려움에 대해서도 그 이유가 되었다. 그녀가 왜 아날로그 시계를 읽는 데 애를 먹는지, 약속에 늦을까봐 항상 20분 먼저 가는지, 그리고 쇼핑이나 외식에서 계산을 할 때면 친구에게 자신의 지갑을 건네주면서 계산을 부탁해야 하는지를 말이다. 산수장애인 사람은 일반적인 학습장애가 아니어서 질처럼 지능이 높고 똑똑할 수 있다. 대신 산수장애인 사람은 숫자에 대해서만 문제가 있다. 간단히는 물체의 개수와 이를 나타내는 숫자 사이의 관계를 알아보질 못한다. 예를 들어 5개의 호두를 보고도 '다섯'이나 '5'라는 말과 연결을 짓지 못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산수장애인 사람은 +, -, ÷, × 등을 헷갈려하고 셈을 하는 데 종종 애를 먹는다. 그리고 아날로그시계를 보고 몇 시인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쇼핑을 얼마나 했는지와 같은 경제적인 일에도 곤란을 겪는다. 하지만 수식을 이용하기보다 논리를 요구하는 과학과 기하학과 같은 과목을 비교적 잘 할 수 있다. 물론 복잡한 수식이 요구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난독증만큼이나 많은 사람이 산수장애 있어 문제는 우리의 생활이 상당히 산수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산수장애인 사람은 아주 간단한 계산을 요구하는 상황조차도 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수가 지배하는 세상은 그야말로 스트레스 그 자체이다.
아마도 대부분 사람들은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난독증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산수장애란 말은 낯설 것이다. 그런데 질처럼 산수장애를 겪는 사람은 난독증을 가진 사람만큼이나 많다고 한다. 100명 중 5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산수장애가 난독증보다 덜 알려진 이유는 그동안 과학에서 오랫동안 무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산수장애인 사람은 그저 미련한 사람이거니 하고 잘못 취급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은 산수장애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산수장애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밝혀냄으로써 산수장애를 갖는 학생들이 난독증 학생들처럼 특별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1,2,3… 숫자체계는 후천적인가 선천적인가?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산수장애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게 중요할 것이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눠진다. 선천적인 것인가, 후천적인 것인가로 말이다.
반면 숫자체계는 학습을 통해 배운다는 입장의 과학자들이 있다. 이쪽의 과학자들은 다른 동물들도 갖고 있는, 원시적이고 선천적인 수리감각을 바탕으로 학습을 통해 1, 2, 3과 같은 숫자를 배운다고 주장한다. 선천적이고 원시적인 수리감각은 ‘어림짐작을 통한 수리감각’(approximate number sense, ANS)이다. 예를 들어 두 개의 사과나무를 보고 우리는 사과나무에 달린 사과의 개수를 일일이 세지 않고 어림짐작만으로도 어느 쪽 사과나무에 사과가 더 많이 달려있는지를 알아낼 때 우리는 ANS를 쓴다. 후천적인 숫자체계를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면서 그 안에 들어있는 숫자와 관련된 단어를 조금씩 ANS와 연관을 지어 정교한 숫자로 점점 발전시킨다고 주장한다. 우리 인간이 유일하게 갖고 있는 숫자체계가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는 산수장애 문제와 직접 관련이 있다. 만약 우리가 선천적인 숫자체계를 갖고 있다면 산수장애를 가진 사람은 자신이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ANS를 이용해 양을 비교하는 능력에 믿음을 갖도록 격려를 받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직접적인 숫자와 관련된 일은 계산기를 활용하도록 하면 그만이다. 반면 숫자체계가 후천적이라면 산수장애인 학생은 ANS에 숫자를 연관지어주는 과정이 포함되도록 특별한 수학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숫자체계는 후천적인 것일까? 아니면 선천적인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