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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1 10:28
[스페인] 8. 톨레도 : 엘 그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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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도 : 엘 그레코
스페인 여행 전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에 대한 기대가 컸다.
프라도 미술관에 대한 기대는 곧 디에고 벨라스케스에 대한 기대였다.
벨라스케스의 '궁중의 시녀들'을 직접 보고 나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화가가 바뀔지도 모른다는 기대마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엉뚱하게도 '엘 그레코'에 반했다.
엘 그레코는 매너리즘 화가로 분류된다.
매너리즘이란 말이 흔히 부정적인 의미로 통용되듯이
미술 사조로서의 매너리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가 강하다.
내가 보기에도 괜히 늘어진 인체 비례가 어색하고 어딘가 밋밋했다.
엘 그레코는 '그리스인'이라는 별명이다.
본명은 복잡하다. '도메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가 본명이다.
스페인 여행 중 이 본명을 외우려고 계속 되뇌였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한동안 외우고 있었는데,
지금 글을 쓰려고 떠올려보니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아서 참 허탈하다.
엘 그레코는 톨레도에 살면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톨레도 곳곳에 작품이 남아있는데 산토 토메 교회의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가 가장 인기있는 작품이다.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는 정말 대단한 작품이었다.
톨레도의 조그만 교회 한쪽 벽면을 차지한 그 작품은 세로 길이가 5m에 달하는 대작이다.
그 작품은 정말 있어야 할 곳에 있었다.
좁고 사람이 많아서 편하게 감상할 수는 없었지만
그곳이 톨레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좁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림은 공간을 차지하는 시각 예술이므로,
감상하는 입장에서는 그것이 어디에 걸려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엘 그레코는 세로가 길쭉한 캔버스를 선호했고, 얼굴도 몸도 길쭉하게 그리곤 했다.
치티아노를 좋아했던 엘 그레코는 티치아노처럼 강렬한 붉은색과 푸른색을 사용했다.
톨레도에서 본 엘 그레코의 작품은 모든 것이 너무나 잘 어우러져 있었다.
톨레도에는 좀더 머물렀어야 했다.
마침 도착한 날이 월요일이라 미술관 오픈 시간을 맞추지 못해
엘 그레코의 작품을 다 보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톨레도를 둘러싼 강을 따라 한바퀴 돌아보지 못한 것도 아쉽다.
숙소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아침 풍경.
이런 창문은 이슬람 양식이다.
레콩키스타 당시 카톨릭 세력의 근거지였지만 이슬람 양식도 그대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