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산을 오르는 것이다. 그렇게 노력하는 이유는, 그걸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무엇 때문에 사람을 달에 보내는 것인가? 이유는 오직 하나,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한 가지 목표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40)
자폐인인 템플 그랜딘 박사는 동물학자로 미국에서 사용되는 가축 시설의 1/3을 설계한 여성이다.
이 책은 곳곳에서 나를 놀라게 했다. 첫째로 자폐인이 이런 책을 썼다는 게 놀라움이었고, 둘째로 자폐인이 아닌 사람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감정, 느낌들을 익히기 위해 그녀가 들인 노력은 가히 경이적이라고까지 생각되었다. 사람간의 미묘한 감정의 흐름 같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그녀는 엄청난 자료의 흡수를 통해 그것들을 공부하고 배우고 익혀 일반인들과의 생활에 어색함이 없도록 노력했다. 예를 들어 강의를 할 때 청중이 집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가 쉽지 않아 그것을 알아내는 지표로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계량화해서 청중의 반응을 살피며 강의를 발전시켜나갔다고 한다.
실제로 1993년 8월 내가 템플을 처음 만났을 때는, 그녀가 너무나 ‘정상적’으로 보여서(혹은 정상적인 척하는 데 능란해서) 자폐인이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았다. 그러나 주말을 함께 보내면서 여러 면에서 그걸 느낄 수 있었다. 산책을 나갔을 때 템플은 자기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전혀 이해할 수 없으며(“그 두 사람이 도대체 뭘 하려고 하는지 납득이 가질 않아요.”), 온갖 종류의 복잡한 인간의 감정을 마주하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한 예로, 어떤 동료가 앙심을 품고 템플의 일을 방해하려고 한 일이 있었다. “의심하는 법을 배워야 했죠. 경험적으로 익혀야 했어요….. 나는 그의 얼굴에 나타난 질투심 어린 표정을 보지를 못했으니까요”)(10 - 올리버 색스가 쓴 서문 중)
그녀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언어적 사고 보다는 연상적 사고와 유사한 시각적 사고에 능하고 많은 자폐인들이 그런 것처럼 공간지각능력이 탁월하다.
자폐인은 소뇌와 변연계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음이 원인 중 하나이고, 그 증상으로는 가장 흔한 것이 말을 하지 않거나 비정상적으로 말을 하는 것, 눈을 맞추지 않는 것, 짜증을 자주 내고 접촉에 예민하며 귀가 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 그리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며 몸을 흔드는 등의 행동을 주기적으로 보이는 것, 무관심, 부모 형제와 친밀하지 않은 것 등을 들 수 있다. 참고로 기준과 범위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진단이 그리 쉽지는 않다고 한다.
이들은 순차적으로 한번에 하나의 감각기관을 이용해 정보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말을 하며 보이는 수많은 표정, 어투, 몸짓의 변화를 잡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 언어를 전달 받을 때는 언어 자체 보다는 그것을 표현해 내는 주변 것들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니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이 되기에 쉽지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템플 그랜딘은 그러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노력과 정성, 열정 같은 것들로 채우며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세살 때까지 말을 못했고, 일곱살 까지도 그 어려움이 계속 되었으며,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등의 자폐성향을 보인 아인슈타인을 비롯해 네살 때까지 말을 못하고 바보 취급까지 받았다는 비트겐슈타인, 남을 신경 쓰지 않고 무뚝뚝하고 신경질적이었던 고흐, 그리고 반복적으로 몸을 흔들며 눈을 맞추지 못한다고 하는 빌 게이츠도 자폐증상을 가진 사람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약한 정도의 자폐 증상은 한결같은 집념을 갖게 하여 무언가를 이룰 수 있게 해 준다.(232)
천재성도 비정상성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자폐증이나 조울증 등의 이상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다면 이 세상에는 창의적인 생각을 할 줄 모르는 따분하고 틀에 박힌 사람들만 가득할 것이다.(223)
세상에는 사람의 얼굴만큼이나 다양한 세계가 존재한다.
자신과 다르다고 거부하면서 뿜어낼 부정 에너지는 자신과 남과 세상을 파괴할 것이다. 모두가 제 나름의 효용과 쓰임이 있다. 인정하고 공유하고 함께하면서 모두가 같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배우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