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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번째 책은 <20세기 포토 다큐 세계사I - 중국편> 이었다. 아이들이 비교적 잘 놀고 집안일도 많지 않았던 터라 휴일 동안에 시간을 들여 읽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훌륭한 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친 번역문과 오타가 너무 자주 눈에 띄었다. 어쨌든 중국의 상황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진 한 장 한 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석학 조나선 D. 스펜스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와 같았다.


 



저자는 이 책을 그의 중국인 부인과 함께 편찬했다. 며칠 전 박노자의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라는 책에서 읽은 구절이 떠올랐다. 한국학을 전공한 백인계 학자들의 75~80%가 한국인 아내를 갖고 있다는 것은 배우자를 통해 한국 문화 내부로 침투하려는 욕망을 의미한다는 내용이었다(박노자의 주장은 아님).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스펜스의 중국인 아내 안핑 친은 이 책에 실린 희귀한 사진들을 수집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혁명과 전쟁과 혼란으로 점철되었던, 그래서 중국에서만 수천만의 생명이 사라졌던 기가 막인 시대를 읽고 있자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이나 욕심이 야기하는 어마어마한 재앙. 타당한 이유 없이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광기. 그것이 어떤 상황이었든 간에 결국 모든 이들은 희생자가 되어 낫에 베인 풀처럼 죽어나갔다.


 



생존 실험으로까지 여겨지는 그 시대를 거쳐 중국에는 지금의 사람들이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이들은 옳지도 그르지도 않았다. 숨 쉴 틈도 없이 발생하는 숱한 사건들로 인해 어마어마한 수의 생명들이 베어졌지만, 살아남은 이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 힘이 지금의 중국을 이루어낸 것이다.


 


불과 20년 전만에도 재앙을 맨 몸으로 버텨냈던 곳이 이젠 그 인구처럼 섬뜩할 만한 기세로 세계를 뒤덮고 있다. 긴 역사에서 보면 이러한 성장도 어느 순간 거품처럼 사라지고 또 다른 형태의 비극으로 바뀔지 모르는 일이다. 분명, 지금도 역사는 진행 중이다.


 



끔찍했던 20세기의 기록을 읽으면서 난 인간의 위대함에 대해 여러 번 생각했다. 온갖 고통을 견디고도 살아남은 질긴 생명력, 짧은 시간에 놀라운 변화를 창출해내는 에너지와 창조성, 그것이 현재를 만들고 미래를 만들어갈 힘이 아닐까.



 


온갖 에너지로 부글거리는 것 같은 지금 중국의 이미지는 그들의 비극을 화려하게 포장하고 있을지는 모르나 그 아픔은 분명 최근의 일이다. 중국에 가면 그 흔적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을까. 그들에게서 미래의 기운을 조금이라도 예견할 수 있을까. 책을 읽고 있자니 내 눈으로 직접 중국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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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혁 2008.01.02 07:05
    아...다양한 부류의 책을 접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아침입니다.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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