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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역자 김영종은 중앙아시아 전문 작가라 할 수 있다. 중앙아시아에 대한 책 목록을 보면 김호동 교수와 김영종 작가의 책이 제일 눈에 띈다. 두 사람은 함께 내륙 답사를 다녀와 각각 <황하에서 천산까지>와 <티벳에서 보낸 편지>라는 좋은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 책 <실크로드의 악마들>에도 두 사람의 인연이 숨어 있어, 김호동 교수가 권해서 번역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1981년 영국 도서상 논픽션 부분에 선정된 이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실크로드의 탐험사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좋은 말로 하면 지리적 탐험이자 고고학적 대발견이며, 나쁜 말로 하면 최대의 약탈 사건.


1800년대 말부터 1900년대 초까지 불과 몇 십 년 동안에 실크로드는 역사상 가장 강인하고 독한 탐험가 스벤 헤딘(<티벳원정기>의 저자), 당시 최고의 고고학자였던 영국의 오렐 스타인, 고고학계의 천재이자 <왕오천축국전>의 발견자인 폴 펠리오, 독일의 폰 르콕, 미국의 랭던 워너, 일본의 오타니 백작에 의해 ‘발견’되었다.




살아서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의미의 타클라마칸 사막은 세계의 오지 중의 오지라 할 수 있다. 북으로는 천산산맥, 남으로는 카라코람 산맥과 곤륜산맥, 서쪽으로는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우는 파미르 고원이 막고 있으며, 동으로는 롭사막과 고비사막으로 닫혀져 있어 인간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죽음의 땅이다.


하지만, 기원전 1세기 한무제에 의해 서역으로의 길이 개척된 후 10세기 당나라가 멸망할 때까지 실크로드는 동서를 잇는 교류의 장으로 크게 번성했다(이것은 위에 언급한 이들의 탐험에 의해 밝혀진 것이다). 로마의 콘스탄티노플(지금의 터키 이스탄불)과 당나라의 장안(지금의 서안)을 잇는 길. 비단보다 더 중요하게 이 길을 오간 것은 미술 양식과 종교(불교, 이슬람교, 마니교, 기독교) 등의 무형의 것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실크로드는 세계 문명 교류의 거대한 흔적인 것이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왜 하필 둔황에서 발견되었는지, 발견자인 펠리오가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발견하고 연구했는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약탈자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지만, 그의 천재성에 의한 ‘발견’으로 우리는 지금 위대한 조상 혜초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실크로드를 발굴한 이들의 얘기를 읽다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석굴에 엄청나게 쌓여있는 고문서들. 약탈해온 것들은 연구할 이를 찾지 못해 몇몇 도서관의 지하창고에 갇혀 있으며, 일부는 박물관과 함께 세계대전 때 잿더미가 되었다. 꺼내오지 못하고 남겨진 엄청난 양의 유물들은 주민들과 전쟁포로들이 버리고, 태우고, 손상시켰다. 여기에는 얼마나 많은 과거가, 현재를 뒤집을 놀라운 것들이 숨겨져 있었을까.



저자는 그들의 발굴이 옳은가 그른가를 판단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것은 역사라는 것이 현재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우리가 역사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인간은 실크로드를 만든 후 사막에 묻어버렸고, 아주 작은 파편만을 발굴한 후 다시 묻어버렸다. 저자는 실크로드는 이제 영영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져버렸다고 글을 맺었다. 그래도 이런 책이 있음으로 인해 살아남은 것이 있다. 모래 속에 우리가 찾아내지 못한 거대한 과거의 흐름이 숨어 있으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란  아름다운 도자기의 파편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바로 그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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