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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의 의미론(223) -타다 토미오(황상익)- (한울)

by 이재우 posted May 0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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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에서 소개한 닭과 메추라기의 키메라 실험을 떠올려 보자. 메추라기의 신경관을 이식받은 닭의 배 안에서 닭의 흉선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 메추라기의 신경관에서 유래한 색소세포도 피부에 분포하기 시작한다. 뒤에 발생하게 되는 닭의 흉선은 메추라기 유래의 신경세포와 색소세포를 자기의 일부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리하여 메추라기 색의 깃털을 단 닭, 즉 키메라 동물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생후 몇 주 사이에 닭의 면역계는 갑자기 메추라기 유래의 세포를 비자기로 간주하기 시작한다. 메추라기 세포를 발견한 닭의 T세포는 그것을 이물로 배제하는 것이다. 메추라기의 신경세포는 거부되어 키메라는 해체되고 동물의 자기도 죽는다. 일단 이식을 받아들인 닭의 면역계가 왜 갑자기 메추라기를 배제하고자 하는가? 관용의 성립에는 아직껏 통일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남아 있다. 이것 역시 면역학적 자기가 단순히 흉선이 발생하는 환경에서 정해진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자기는 이 예로 알 수 있듯이 시시각각 변모하고 있다. 어제까지 자기였던 것이 오늘은 비자기가 될 수도 있다. 각각의 시점에서 자기의 동일성이 존재한다고 해서 진짜 연속성을 가진 자기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전체를 조망하면 면역학적 자기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반응하는 자기, 인식하는 자기, 인식되는 자기, 관용하게 된 자기. 이런 식으로 자기는 면역계의 행동양식에 의해 규정된다. 그렇다면 자기자기의 행위이지 구조적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게 된다. 현대 면역학은 자기의 행위가 자기를 규정한다는 점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211-212)


 


나는 정말 나일까.

 

개체의 행동양식, 이른바 정신적 자기를 지배하는 뇌가 또 하나의 자기를 규정하는 면역계에 의해 아주 간단히 비자기로 배제되어 버린다는 점이다. 요컨데 신체적으로 자기를 규정하는 것은 면역계이지 뇌가 아니다. 뇌는 면역계를 거부할 수 없지만, 면역계는 뇌를 이물로 거부할 수 있는 것이다.(17-18)

 

도대체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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