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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ght Air, Brilliant Fire: On the Matter of the Mind


Gerald M. Edelman, 1992





뇌는 하늘보다 넓다


제럴드 에델만, 2004(2006역)











‘에델만’이라는 산을 오르며...





나의 뇌과학 공부는 지금 ‘에델만’에서 멈추어 있다.


에델만의 저서인 ‘Bright Air, Brillant Fire : On the Matter of the Mind’와 ‘뇌는 하늘보다 넓다’를 함께 읽고 있는데 도무지 잘 진전되지 않고 있다. 에델만은 나에겐 거대한 산과 같다. 그러나 꼭 넘어야만 할 산이다. 아니 꼭 넘고 싶다.


읽고 있는 두 권의 책을 다 이해하지도 못하면서도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현재까지의 나의 이해와 의문을 기록해두기 위함이다. 어차피 이번 등산은 금방 끌날 것 같지 않다. 그러나 기억이라는 것은 과거를 정확하게 기록해두지도 못하고 되살릴 때에도 처음에 기억된 그대로가 떠오르지도 않는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내가 이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무엇을 알게 되었고 어떤 의문을 가졌었는지도 잊혀질 것이다. 이런 우려가 불완전한 이 글을 쓰게 한 동기이다. 그리고 부디 나의 글을 읽은 분이 있다면 날까로운 비평을 기다린다. 그 비평은 이제 조금 산을 올랐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를 다시 골짜기로 떨어뜨릴 수도 있지만 산을 좀 더 빠르게 오를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결과는 알 수 없다. 어차피 인생은 도박이다. 일단 나아가 보는 것이다.





1) 범주화(Categorization)


세상은 범주화되어 있지 않다.


뇌는 외부세계로부터 오는 신호를 나름의 방식으로 범주화함으로써 사물과 사건을 규정하고 인식한다. 예를 들어 탁자위의 꽃병으로부터 오는 빛은 눈, 시신경을 거쳐 시각피질을 자극한다. 이 자극으로 인해 시각피질의 특정 뉴런집단들이 자극을 받아 특정한 발화패턴이 형성되는데 이와 같은 패턴을 형성하는 뉴런집단들은 각각 색, 방향, 모양 등의 속성을 규정한다. 물론 각 속성을 규정하는 뉴런집단들은 구별되지만 신호 재유입(재입력, reentry)을 통해 연관된 전체로서 반응한다. 또한 시각신호에 반응하는 뉴런집단들과 청각신호에 반응하는 뉴런집단들이 마찬가지 방식으로 연관되어 반응할 수 있다. 즉 더 큰 하나의 전체로 범주화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범주화란 뉴런들의 반응이 연관되어 묶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묶임에 반드시 인과성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2) 일차의식(primary consciousness)


범주화의 결과로 하나의 커다란 범주 즉 장면이 만들어진다. 이와 같은 장면은 현재 외부세계로부터 들어오고 있는 신호들로써만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외부 신호외에 신체 내부 즉 소화계, 호흡계, 내분비계 등으로부터 오는 신호와 기억된 과거의 범주들이 관여한다. 우선 내부 신호는 과거의 경험(기억, 범주)과 상호작용하여 새로운 범주 즉 ‘self-category'를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self-category'가 새로 만들어진 외부 신호들의 범주(지각 범주, perceptual category)와 reentrant connection(loop)을 통해 연결되면서 또 하나의 새로운 범주 즉 장면이 형성되고 이 때 일차의식이 출현한다. 일차의식은 이런 의미에서 일종의 ‘기억된 현재, remembered present'라 할 수 있다.


내가 전에 산길을 가다가 넝쿨인 줄 알고 무심코 뱀꼬리를 밞아 뱀에 물린 적이 있을 때, 오늘 길을 가다 유사한 넝쿨을 보고 움짓 놀란다면 그것은 일차의식이 작용한 결과이다.


내가 옛날에 배가 고파 허겁지겁 주어먹은 음식이 맛은 없고 쓰기만 했고, 오늘 비슷하게 생긴 음식을 보고 불쾌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바로 일차의식의 결과이다.


이와 같은 예를 통해 일차의식의 적응적 잇점은 분명해진다. 일차의식을 만들 수 있는 동물종 즉 현재의 지각을 신체 상태(신체적 요구)가 반영된 과거의 범주화된 지각과 연결시킬 수 있는 동물종은 그렇지 못한 종에 비해 학습 능력과 환경변화 대처능력이 뛰어 날 것이다. 이것은 진화적으로 생존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는 표현형적 속성이다.





3) 고차의식(higher-order consciousness)


우선 고차의식이란 무엇인가? 믿음, 욕구, 의도, 생각, 개념, 자아의식 등이다. 보통 일상에서 우리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무엇’이다. 인지과학에서는 이와 같은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심적) 표상, represent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지구상의 그 많은 동물들 중 우리가 아는 한 오직 우리 인간만이 마음속에 표상되는 그 어떤 의식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이 유일하게 진정한 의미의 언어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왜 언어 능력이 고차의식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일까? 언어는 범주화의 새로운 방식을 제공하며 범주화의 폭과 차원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킨다. 예를 들어 일차의식의 결과 형성된 범주들을 다시 범주화하여 추상적 범주 즉 개념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 개념들을 다시 다양한 방식으로 범주화하여 엄청난(무한대의) 범주들을 만들어낸다. 더 놀라운 것은 고차의식 속의 범주화는 외부자극없이도 자체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범주의 범주의 범주의 범주화...


한편 이와 같은 고차의식의 신경생물학적 토대는 무엇인가? 말할 필요없이 그것은 연관된 뉴런집단들의 독특한 발화 패턴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고차의식이든 일차의식이든 뉴런집단의 발화패턴이 어떻게 우리의 마음속의 ‘그 무엇’을 떠오르게 하는지?아무래도 나는 아직 나의 첫 의문에서 벗어날 수 없는 듯 하다. 즉 우리는 컴퓨터가 어떤 상호작용과 원리에 의해 연산과 기억을 하고 그 결과물을 화면 또는 프린터 상에 표현하는지 세부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왜 의식작용을 이와 같이 설명할 수 없는가? 물론 에델만은 뇌의 작동원리는 컴퓨터와는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그러나 꼭 컴퓨터와 같지는 않더라도 뇌에 의한 의식작용도 물리적으로 그리고 인과적으로 설명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김재권 박사의 말처럼 물리주의의 이 정도의 성공에 만족해야 하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어딘가에 답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찾지 못했을 뿐.


에델만은 어떤 신경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의식 상태를 그 신경 과정에 수반되는 하나의 속성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수반된다는 것은 인과적으로 연관된다는 것이 아니며 하나가 발생하면 다른 하나는 동시에 자연적으로(연기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 어떤 의식 상태(C)라도 그 기초에는 일련의 신경과정(C')이 놓여 있다. 인과적으로 닫혀 있는 이 세계의 성격을 감안할 때, 원인적인 것은 C가 아니라 C'이다. 그러나 C가 C'에서 수반되는 속성이라면 C는 주체가 이용할 수 있는 C'에 관한 유일한 정보이다.


 우리는 엄밀한 의미에서 C'는 C를 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C'의 발생과 C의 표현에 시간적 지연은 없다. 그러나 C'가 하나의 속성으로서의 C를 발생시키는 메카니즘에는 신경동력학에 따라 발생하는 순차적 시간 변화가 포함된다. 이 메카니즘에는 또한 재유입 과정을 통해 피질 지도들을 결합하는 사건들로부터 발생하는 신경동력학의 속성들이 포함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설명에서 의식(C)이 신경과정(C')과 인과적으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면 C'에 수반되는 것이 꼭 C일 필요는 없으며 그것은 D, E, 또는 F일 수도 있다. 현재 C'에 수반되는 의식 상태가 C인 이유는 우연과 자연선택의 결과일 뿐인 것이다.





4) 의식의 신경생물학적 토대의 degeneracy


어느 순간, 특정 의식 상태에 관련된 신경생물학적 토대는 분명 뉴런집단의 특정 발화 패턴과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특정한 의식 상태에 대응하는 특정한 신경 회로 활동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즉 의식 상태가 신경 회로 및 뉴런들의 발화 패턴과 일대일로 대응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뉴런이 한 순간 특정 의식 상태에 기여할 수 있지만 다음 순간에는 전혀 기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달리 표현하자면 다양한 신경 회로 및 뉴런들의 발화 패턴이 특정한 하나의 의식 상태를 표출한다. 이와 같은 개념은 나와 내아내가 함께 영화를 보면서 동시에 눈물을 흘린다던지 호프집에서 우리나라와 일본간의 축구 경기를 보다가 옆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환호할 때 느끼는 감정 등을 설명하는 데에도 유용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똑같이 눈물을 흘리고 함께 환호할지라도 나와 타자의 심적 상태가 동일하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같은 영화를 보면서 어제 흘렸던 눈물과 오늘 흘린 눈물의 의미가 같은지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가? 의식 이론에서의 degeneracy 개념은 아직 가정일 뿐이다.





책을 읽고 무엇인가를 쓰긴 했는데 오히려 안개 속에 갇힌 듯 모든 것이 모호하기만 하다. 좀 쉬운 책을 두 세권 읽고 인지과학 관련 책들을 좀 읽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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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문호 2007.04.27 17:52
    우선 엄준호 박사님의 긴 장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글 내용에서 준열한 공부 기운이 역력합니다.

    에델만 산을 올라가는데는 다음 세 가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1. 시상-피질 시스템과 뇌간-변연 시스템의 역활
    2. 피질하 연속기관(해마, 기저핵, 소뇌)의 기능과 대뇌 피질의 상호연결
    3. 세 가지 다른 뉴런 시스템--뇌간의 상행 투사계(가치계)와 기저핵의 연결 고리형태, 그리고시상과 피질의 연계및 피질-피질 간의 지도화 뉴런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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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우 2007.04.27 17:52
    천천히 조금씩 '신비한 인간 뇌 해부도 입문'이란 책을 보고 있습니다. 제겐 엄준호님도 커다란 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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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수 2007.04.27 17:52
    우와, 이재우님 말씀에 한표..하하하 무지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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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경화 2007.04.27 17:52
    아유... 전 책만 사놓고 바라보고만 있는데, 엄박사님은 벌써 산을 오르셨군요!
    범주화, C, C'... 이 글만 읽어도 강의에서 들은 감동이 다시 느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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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호 2007.04.27 17:52
    엄선생님 좋은 독후감 잘 읽었습니다. 박문호 선생님 reentry를 쉽게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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