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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7 09:00

여행자의 로망 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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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로망백서 - 박사, 이명석 저



일반적으로 여행서라 하면 여행지의 정보를 빽빽하게 수록하고 있다. 또는 여행자의 경험들을 차곡차곡 적어놓기도 한다.하지만 이책은 지금까지 접한 여행책과는 조금 다르다. 여행을 꿈꾸기보다는 여행자의 로망에 대해서 꿈을 꾸게 만든다.



그동안의 여행을 돌아보니 장기여행을 제외하면 언제나 빡빡한 일정속에 정해진 장소를 모두 보기 위해 하루종일 바쁘게 뛰어다녔다. 마치 서바이벌 게임같았다고나 할까? 그렇게 많은 장소를 들렀음에도 불구하고 숙소에 도착해보면 여행일기를 적을때엔 기억나는 이미지나 느낌을 담을수가 없게 된다. 맘한구석은 허전하고 몸은 이미 지쳐 버렸다. 이러한 여행은 진정한 여행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에 쫒기듯 관광명소만을 찍는 여행은 이쯤에서 종지부를찍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요즘이다.



이제는 시간에 쫒겨 모든것이 스쳐 지나가버리는 여행에 입맛을 잃었다. 아는만큼 보이듯 마음을 여는만큼 느끼게 될 것이다. 보는 여행보다는 느끼는 여행이 하고 싶어졌다. 그런 여행이 절실해졌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천천히 걸으며 조용히 음미하는 바람의 느낌과 매일 달라지는 하늘의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기억하며 마음에 담으며 여행하고 싶다. 어떤 작가는 마음에 기억하기 위해서 일부러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보여주기 위한 여행은 보여주기 위한 몸부림만큼 내면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기 힘들어진다. 그만큼 덜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여행에 관한 로망을 엔터테인 라인, 서바이벌 라인, 센티멘털 라인, 배가본드 라인, 메모리얼 라인 등으로 나누어진 독특한 발상으로 서술되고 있다. 이들이 서술하고 있는 100가지 로망에는 실현 가능한것에서부터 황당한 것등 다양한 경험과 상상력으로 다양한 로망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또한 박사와 이명석이라는 두 저자의 유쾌한 팀웍이 너무도 기발하고 엉뚱하지만 반면 완벽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 둘은 작업실을 같이 쓰며 공동작업을 하는 친구들이라고 한다.



한편 내게도 창작작업을 위해 서로 자극이 되고 상상의 원천이 될만한 최고의 팀을 가지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게 만든다. 물론 지금 최고의 멤버를 구성하고 있지만 아직 최고의 팀웍인지는 미지수다. 특히 센티멘털 라인중 "폭풍"마저도 가슴을 열고 느낄 수 있는 그들의 마인드! 그들은 남들의 투덜거릴 악조건의 기후에도 상황에도 나름의 로망을 찾아간다. 또한 사운드트랙의 로망은 어떠한가?! 음반중에서 OST를 지독하게 듣고 지독하게 모으고 지독하게 연구해오던 나는 그들이 말하는 OST의 로망을 읽고는 눈물날만큼 동감한다. 냄새의 로망은 어떻고! 각 나라마다 공항을 나설 때 그나라 특유의 바람냄새, 사람냄새, 음식냄새 같은 각종의 냄새가 섞여서 그 지역의 냄새를 만든다. 그들은 이런 오감조차도 흘려버리지 않고 고스란히 로망으로 새긴다. 무료한 노천카페의 로망..은 정말 진정한 여행자에게 필수!!아니던가?! 내 테이블 옆에는 늙고 게으른 고양이 한마리가 함께 했으면 한다. 그 고양이는 산전수전 다 겪은 표정으로 아주 무료하게 가끔 아주 큰 사이즈의 하품을 해가며 내옆에 앉아있었으면 한다. 그렇다면 무료한 노천카페의 로망은 한편의 명화처럼 완벽해지는거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나만의 여행에 관한 로망들을 쌓아간다. 이미 예전에 잊고 지냈던 황당하거나 기발한 상상들이 다시금 돋아나 하루하루 자라나고 있다.



+ 레게머리하기 (한국에서는 다양한 제약으로 인해 언제나 실패로 돌아갔던 나의 악동짓?은 항상 여행에서만 가능하다.)



+ 파트너와 똑같은 문신하기 (그는 과연 나의 제안을 받아들일까?)



+ 동네 꼬마 아이들과 땅따먹기 하면서 하루종일 빈둥거리기

(이때는 촌스러운 슬리퍼를 끌로 다니며 동네의 백수답게 행동해야한다. 면티는 약간 색이 바래고 늘어진 것이면 더할나위없다.)



+ 아침에 슬리퍼를 끌고 숙소에서 나와 문여는 상점 주인들과 인사하고 샌드위치 가게 아저씨와 인사하고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아침을 대신한 다음 환전소 직원과도 인사하고 지나가는 강아지와 각종 짐승들도 귀여워해주고 하물며 공원의 비둘기와도 인사를 나누던 시절.. 나는 과연 여행자인지 동네주민인지 나조차 구분이 안가던 그곳에서 더이상 내게 바가지란 없었다. 차라리 동네 상점의 주인들은 내가 하루빨리 그 동네를 떠나주기를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 국가의 명예를 걸고 체스한판 - 이때의 뜨거운 열기는 월드컵때의 그것과 닮아있다.



+ 전기가 없는 - 전기가 안들어오는 마을을 3일을 걸려서 도착했을때 사실 많이 난감했다. 해가지면 아무런 활동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할일이 없다고 지루해하며 숙소의 마당에 누웠을때 하늘에 떠있는 별은 그동안 내가 보아왔던 별이 아니었다. 마치 한때 유행하던 문구점에서 팔던 야광별을 하늘에 박아놓은것처럼 숫자를 헤아릴수 없는 빛나는 별들이 하늘에 떠있는 것이었다. 별이 너무많아..별이 너무 밝아.. 어쩜 이곳에는 전기가 필요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누워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이순간 3일간비포장 시골길을 버스로 달려온 서러움이 씻은듯 사라졌다.



+ 참견하기 - 마침 도착한 숙소의 옆집에서 전통적인 제사가 치뤄지고 있었다. 엄숙한 제사가 끝난후에는 전통악기를 가지고 신나는 연주를 하며 잔치를 했다. 어떤 리듬을 연주하는지 타악기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데 타악기 연주자가 내게 연주의 기회를 준것이다. 리듬감각 있다고 자부했던 나의 자존심은 무너졌지만 그날 함께 연주했던 그들은 더이상 남이 아니었다. 우리는 이미 아주전부터 친구였거나 전생에 형제였을거란 그 느낌..



+ 한가지 사물만 찍기 - 터키에 갔을때는 고양이만 하루종일 찍어도 지루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한가지 사물을 정해놓고 하루종일 찍으러 다닌다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터키 고양이들을 게을러보여서 너무 사랑스러웠다. 부지런한 고양이는 왠지 매력없으니까..



개인적으로 "죽기전에 꼭 가봐야할곳", "가보지 않으면 후회하는.."등등의 여행서적은 이제 그만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여행서가 아닌 좀더 진지하거나 기발하거나 악동스러운 여행서를 기다린다.



* 내 주변엔 이책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다만, 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이 책이 너무도 "러블리"하다. 내 주변의 괴짜 친구들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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