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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보는 세계, 인간이 보는 세계



히다카 도시다카, 2003(2005역)





동물이 보는 세계는 인간이 보는 세계와 똑 같을까?

인간은 동물에 비해 진짜 세상 즉 객관적 외부 세계를 더 정확하게 인식할까?



진드기는 눈이 없다.(피부에 단순한 광수용체는 존재하지만) 먹이는 냄새와 온도를 감지하여 찾아낸다. 진드기가 인식하는 세상은 냄새와 온도로만 표현된다.

개구리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구분되어 있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인식되지 않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고슴도치는 눈이 나빠 거의 앞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먹이가 되는 지렁이는 냄새와 움직일 때 나는 특정 주파수의 소리로 찾아낸다. 지렁이 냄새가 나더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바로 앞에 있는 지렁이도 인식하지 못한다.



위의 동물들과 비교하여 인간의 감각은 얼마나 훌륭한가? 인간에게는 오감 즉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 있다. 이에 대응하는 감각기들로부터 매순간 외부 세계에 대한 엄청난 양의 정보가 쏟아져 들어온다. 따라서 인간이 훨씬 더 외부 세계를 세부적으로 인식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외부 세계를 있는 그대로 가장 정확하게 인식하는 생물인가?



나비는 자외선을 감지한다. 이것을 활용하여 꿀이 있는 꽃이나 배우자를 찾는다. 그러나 인간은 자외선을 볼 수 없다.

박쥐와 돌고래는 초음파를 사용하여 세상을 인식한다. 그러나 사람은 초음파를 들을 수 없다.

외부 세계에는 사람의 감각으로는 인식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다.



1930년대 독일의 동물행동학자인 웩스쿨은 움벨트(환세계)라는 개념을 제안했다고 한다. 움벨트는 생물들이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고 있지만 개개의 동물들은 각각 다른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개념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 경험하는 시간과 공간은 개미가 경험하는 그것과는 엄연히 구별된 공간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웩스쿨의 움벨트(환세계) 개념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즉 우리 인간과 인간 이외의 동물은 어떤 형태로든 일루전(illusion)을 통해 세계를 구축하고 그 속에서 살아간다. 일루전은 동물마다 다른데 그 이유는 일루전의 바탕이 되는 지각의 틀이 다르기 때문이며 동물이 지각되는 대상에 부여하는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객관적인 하나의 환경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똑같은 숲이라도 그곳에 살고 있는 동물에 따라서 그리고 그 동물의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세계가 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저마다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는 셈이다. 그리고 그 색안경을 끼지 않고는 세상을 볼 수가 없다.

덧붙여 인간의 경우는 일루전의 구축과 관련하여 독특한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인간이 일루전을 구축하는 바탕에는 지각외에 축적된 지식 및 기술이 추가된다. 수 백만년 동안 인간의 지각능력은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지식 및 기술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해 왔다. 이것이 또한 인간의 일루전 즉 세상을 보는 창을 변화시켜 왔다. 즉 인간이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이 변화해 온 것이다. 그리고 물론 앞으로도 변화할 것이다.



저자의 위와 같은 관점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객관적인 외부 세계는 우리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진실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럼 영원히 알 수 없다는 것인가? 이에 대한 저자의 명확한 답은 없지만 ‘YES' 쪽에 가까운 것 같다.

무언가를 찾아서 생각하고 새로운 일루전을 얻고, 그렇게 그냥 즐기라고만 한다.



이 우주와 생명의 존재를 설명해 줄 수 있는 객관적 진리가 있다고 믿는 나는,

우리 인간은 결국 그 진리의 해안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언젠가? 멸망하지만 않는다면!
  • ?
    강신철 2007.02.22 09:00
    칼 포퍼의 인식론에서도 이 책의 저자와 같은 주장을 합니다. 인간은 영원히 참 진리에 도달할 수 없다고... 다만 연구와 탐구노력을 통해 비진리가 아닌 증거를 찾아낼 수는 있다고 합니다(논박을 통해서). 그래서 지식이 축적될 수록 비진리적인 요소를 제거하여 점점 진리에 가까이 다가갈 수는 있어도 영원히 참진리에는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무한소의 개념과 유사하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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