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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by 양경화 posted Feb 0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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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적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작가가 이 글을 썼던 그 마음으로 내가 이 책을 이해할 수 있다면!’

나는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지식과 감동의 몇 퍼센트나 느끼고 있을까? 완전히(그런 건 불가능하겠지만), 아니 제대로라도 이해하지 못하고 책을 덮을 때는 항상 나의 무지를 절감해야 했다.



올리버 색스의 이 책을 읽고 나서 차마 독후감을 쓰지 못했던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내가 느끼는 것 말고 더 깊은 뭔가가 있다…

그럼 독후감 쓰는 것은 다 이해했기 때문에 쓴 거냐? 라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다 이해했다고 말한다는 것은 작가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그래도 최소한 몇 마디라도 끄적거릴 수는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책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했다. 분명 감동했고,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내내 생각했지만, 뭔가… 내가 느끼는 것은 뭔가 크게 부족했다.



오늘 뇌과학 강의 중에 박문호 박사님이 내게 이 책을 읽은 소감을 말하라고 했을 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건 유치원생에게 인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것과 같다. “인생을 살아봐야죠”

나 역시 그렇다. “뇌를 공부해야죠”



강의를 들으면서 계속 마음이 쓰라렸다.

그들의 말. 본질의 정수를 찌르는 말. 진리의 끝까지 관통한 말. 보석같이 빛나는 말.

반면 내가 하는 말들은 얼마나 허름하고 잡스러운가… 왜 나는 그런 말을 “제대로” 읽지도쓰지도 못하는가… 그들이 오랜 세월 동안 짊어졌던 고통을 지지 않은 댓가인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꿈.



이젠 글을 못 쓰겠다고 생각한 게 몇 시간 전이라고, 나는 여전히 허름하고 잡스러운 말로 독후감 아닌 독후감을 쓴다.

올리버 색스가 진실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 그것을 언젠가는 온전히 이해해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