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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의 호는 성호(星湖). 남인파였으나 부친과 형이 당쟁에 휩쓸려 어려움을 당했기에, 자신은 벼슬살이를 단념하고 전원에 은퇴하여 실학 사상에 파고들었다.

조선의 사대부는 왜 당쟁을 하느냐 하는 것을, 물리적 과제로서 바라본 것부터가, 확연하게 실학적이었다 할 수 있다.

나도 이익의 설에 따르겠다. 다만 그들이 적을 공격하는 그 언론은 지나치게 과격하다. 이는 주자학의 사변성과 논리에서 나오는 까닭에, 말이 칼날같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데올로기의 폐해라 해야 할까.

‘그러한 과거가 한국인을 격정적이고 말 많게 만들지는 않았는지?’(179)



일본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인이기에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캐나다 할머니가 진행하는 영어회화 수업을 듣는다. 그 할머니는 가끔 우리들에게 ‘한국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데 너무 소극적이다.’는 말을 하곤 한다. 영어라는 언어의 어려움은 둘째로 하고 그 분은 대부분 한국 사람들의 성향이 그러하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이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기반으로 생각을 만들어내니 이와 같은 결론에 도달한 듯 하다.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입밖에 내지는 못하였다.(179, 위의 인용문 바로 뒤 연결 됨)

………………….

사람이란 자칫 머리 속에서, 제멋대로의 ‘엉터리 통계’를 만들어 거짓 개념화하고, 그것을 가지고 상대방을 평가하는 잣대로 들이대기도 한다. 예를 들면, 나는 오사카 태생인데,

“장사에 밝겠군요.”

하는 사람이 있으면 화가 난다. 장사꾼을 천시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평가하는 데서 제멋대로 개념을 만들어, 인간을 무슨 공예품 다루듯 하려는 것에 화가 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위와 같은 글로 한국인의 성정에 대한 견해가 자신의 사견일 뿐임을 조심스럽게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과 같이 다니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심심할 겨를이 없다. 왜냐하면 그들에겐 우리의 생활 전체가 새로움의 연속이고, 신기함의 계속됨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우리의 테이블 없는 식당, 반찬을 먹을 때 사용하는 젓가락, 다양한 새로운 음식들 등 생활 전체가 호기심의 대상이다. 그들 못지 않게 우리들 또한 그들로부터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어 한국인이라는 자아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그 자아는 외국인과 자신을 구분 짓는 경계가 되고 자신이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고 나아갈 길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된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서로의 선입견과 편견을 해소시키는 길이 되기도 한다.

한국인이 일본에 가지고 있는, 일본인이 한국인에 가지고 있는 선입견과 편견. 우린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것들을 마음대로 상상하고 마음대로 결정짓고 말해버리는 심각한 잘못을 자신도 모르는 새 저지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일본인 친구들과 잡담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이야기가 재일조선인 문제에 미치자, 재일조선인 65만 명 가운데 양반과 상민의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하는 질문이 나왔다. 그때 나는, ‘아마 99퍼센트가 양반이고 99퍼센트가 상민일 것이다’하고 대답하였다. 다소 시니컬한 대답이나, 이것이 나의 솔직한 느낌인 것이다.”(102)



양반과 상민의 구분이 없어진 지금 또 다른 형태의 상위층과 하위층의 구별이 실제적으로 존재한다. BC2333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는 빈부격차. 부유층에 위치한 사람들은 자신의 지위를 합리화하기 위해, 빈곤층은 자신의 위치를 자위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 된 듯 하다.



이 주자학이 조선 역사에 처참한 재난을 몰고왔다. 주자학은 고증이나 훈고 따위의 실증성보다는 대의와 명분을 중시하여, 거기에 합당한가 아니한가를 끝도 없이 논의하는 학파였던 것이다.

생각하면 사대부 또는 그것을 지향하는 지식인들이나 독서생들이 거의 불모라 할밖에 없는 신학 논쟁을 5백 년이나 계속하였다는 것은 세계사적으로 보더라도 기이한 일이라 할 만하다.

중국인이나 조선인만큼 정신적 활력이 풍부한 민족이, 세계가 근대로 들어서는 가장 중요한 다섯세기를 말장난 같은 학문에 소모해버렸다고 하는 것은 통탄할 노릇이다.(14)



한국 사람이 썼다면 이렇게 쓰기 어려웠을 것이다.



기행문을 통해 우린 소설보다 좀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들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다. 글이 맘에 든다면 그곳에 가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책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책 속에 나오는 장소를 추천하게 되는 것도 가끔 볼 수 있다.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제주. 이 책으로 인해 나는 더욱 더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지리 교과서에서만 보아오던 오름, 1700명의 몽고 군사들이 그렇게 좋아한 몽고 고원을 닮았다는 제주의 초원, 그들이 가지고 와 정착시켰다는 말들 또한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기행문 잘 쓰는 사람들을 섭외해 관광산업을 육성시키는 것도 괜찮은 관광산업 진흥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한국에서는 바나나 한 개가 잘생긴 놈은 1500원(1986년 당시의 환율로 300엔)씩 합니다.”

한국 정부는 외화 절감을 위하여 원칙적으로 바나나 수입을 불허하였다. 다만 대만에 선박을 판매한 것에 대한 정치적 배려로 얼마간의 대만산 바나나를 매입하였다. 그러한 사정이야 어쨌든 간에, 한국 어린이들에게 바나나가 선물감으로는 제일이라고 되어 있었던 것이다.(34)



이 책을 통해 왜 예전에 바나나가 비쌌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어릴 때 바나나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하지만 그 값이 너무 비싸 서울에 있는 이모가 내려오지 않으면 먹기 어려웠다. 나는 그 때의 그 귀하디 귀하던 바나나 맛을 잊지 못한다. 이 책을 통해 그 때를 추억하게 되니 이 또한 이 책을 읽는 기쁨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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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경화 2006.12.01 09:00
    시바 료타로의 "한나라 기행"을 읽고 있습니다. 이런 기행문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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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우 2006.12.01 09:00
    저도 그거 읽고 싶었는데, 잊어버리고 있었네요. 기억나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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