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조회 수 166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또 다른 사랑을 이야기하다- 브로크백 마운틴



눈부신 만년설로 뒤덮인 봉우리와 맑고 깊은 계곡, 한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 위에 노니는 수천 마리의 양떼가 장관을 이루고 있는 8월의 브로크백 마운틴.

시원한 스틸컷을 보는 순간, 커다란 스크린에서 펼쳐질 이 아름다운 광경이 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 광활한 록키산맥에서 양떼를 돌보는 두 사나이의 우정이 아니라 사랑이라니......

내게는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기만한 동성애라는 소재가 거칠고 남자다운 카우보이들의 세계에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결국 나는 그들의 사랑에 콧등이 찡해와 눈물을 흘렸다.

아니...단지 두 남자의 사랑이 아니라 어쩌면 불완전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자기애를 보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목돈을 벌기 위해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방목하는 양치기를 자청한 에니스와 잭은 여름 한 철을 함께 보내게 된다. 둘의 만남은 어색하고 밋밋하기만 하다. 그들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은 계곡의 물소리와 양떼의 울음 소리 뿐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왔다고 하지만 그 둘에게는 대자연의 품속에서 양떼를 모는 일이 너무도 평화롭고 자연스러워 보인다. 지켜운 콩통조림과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우박같은 변덕스런 날씨와 밤사이 밀려오는 추위만 아니라면 말이다.

가슴가득 햇살이 들고, 푸른 빛깔이 물들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과 순한 양들을 돌보면서 과묵하기만 한 에니스도 차츰 마음의 빗장을 열고 잭과 마음을 나누게 된다. 곰을 만나 다친 에니스를 돌봐주고 걱정하는 잭, 엎치락 뒤치락 장난치는 두 사람....



계절이 바뀌고 산에서 내려와야 할 때까지도 둘은 산에 두고 오는 것은 추억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에 묻혀 살면 잊혀질,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질, 그런 작은 추억일 뿐이라고....

그러나 그것은 마치 바람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귓가를 간질이고 폐부를 파고드는 그런 그리움이었다. 낮엔 태양빛에 숨어 있다가 모두가 잠든 밤에 가장 어두운 곳에서 나타나 존재를 알리는 그런 별빛이었다.



영화 속에서 많은 사랑의 모습을 본다.

‘너는 내운명’임을 외치는 석중과 은하의 들꽃처럼 꾸밈없고, 아이처럼 막무가내인 순수하고 바보같은 사랑도 있고,

‘밀리언달러 베이비’에 나오는 여자복서 ‘매기’와 늙은 트레이너 ‘프랭키’가 보여준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감처럼 혈육보다 진하게 느껴지는 가슴 찡한 사랑도 있다.



사랑은 어쩌면 고단한 삶에 안겨주는 위안이나 희망 같은 것일 수도 있고, 막연한 그리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대상이 남자든 여자든... 누구이든, 무엇이든 말이다.



2006. 03. 15. 세영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78 공지 이건희 개혁 10년 3 장미란 2004.02.20 1648
977 공지 사랑을 위한 과학 서희정 2005.02.01 1650
976 공지 느낌 좋은 사람들의 99가지 공통점 file 정희정 2006.04.07 1650
975 공지 길을 놓는 사람 신원식 2005.11.30 1650
974 공지 16.세상을 바꾸는 작은 관심 정청미 2006.08.07 1651
973 공지 연금술사 심유정 2004.02.26 1653
972 공지 노인예찬(5) 1 박동신 2004.09.08 1653
971 공지 여자의 일생 심유정 2004.02.09 1654
970 공지 상상아..놀자~^^* 권정선 2004.04.05 1655
969 공지 큰 장사꾼 김정태를 읽고 (18th) 송근호 2005.04.23 1655
968 공지 만년샤쓰 - 방정환 송윤호 2003.07.02 1655
967 공지 the club 이영명 2003.11.11 1656
966 공지 한국 역사 4 심유정 2004.02.26 1658
965 공지 사소한 것에 절대로 화내지 마라 file 정희정 2006.05.01 1658
964 공지 [49] Inner Compass (알렉스 로비라 셀마) 서윤경 2006.07.30 1658
» 공지 또 다른 사랑을 이야기하다- 브로크백 마운틴 file 김세영 2006.03.15 1660
962 공지 2막을 읽고나서. (두번째 독후감) 송근호 2004.01.26 1660
961 공지 한국역사3 심유정 2004.02.26 1662
960 공지 1. 내영혼의 따뜻했던 날들 정청미 2005.07.09 1662
959 공지 나무 채종국 2004.01.26 166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58 Next
/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