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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최용건, 출판사 : 푸른숲

조금은 가난해도 좋다면...이란 책을 알게 된 것은
내가 오지여행을 좋아하는 연고로 알게 된 진동리에 위치한
최용건 화백님께서 운영하시는 민박집 '하늘밭화실'을
동호회 누군가가 소개를 해서이다.

먼저, 최화백님의 홈피(http://hanlbat.co.kr)에 들러서
화백님께서 올리신 글들을 하나하나 읽어내려가면서 그냥
최화백님이 너무 좋아져버렸다. 어느날 점봉산에 가면서 하늘밭화실을
들렀는데, 앞에 철망이 쳐진 것으로 보아 외출중이신줄 알았다.
허나, 어떻게 사시는지 그냥 눈구경이나 할라구 쇠사슬을 넘어
주인없는 하늘밭화실을 침범(?)했다.

아무도 없을줄 알았는데, 화백님께서 마당에 나와계시지 않은가?
화백님께서는 직감적으로 내가 누구인줄 알았다. 혹시...자설님??
화백님은 상당히 괴짜이신데, 직접 뵈니 음..머랄까..수도승마냥
사람들과의 접촉을 상당히 꺼리시는 모양이다. 내가 왜 철망을
걸어놓았냐구 여쭤봤더니 주말에 사람들이 와서 피곤한데다가
그렇게 걸어놔도 꼭 와야 할 사람은 올거라구 하셨다. 자설님도
그러시지 않았냐 하신다...^^

지금은 아내와 함께 인도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라다크에 계신다.
1년동안 계신다고 하신다. 참으로 부러운 생각이 든다.
조금은 가난해도 좋다면..의 글귀들은 사람을 참 편안하게 한다.
필력도 대단하시고, 본업인 미술학과 교수님(동양화)이시기에
화선지에 담아내는 그림들도 화백님의 연륜(54세?)을 그대로 담아낸다.

도심의 일상을 어느날 훌훌 털어버리고, 진동리에 잠적하셔서는
양봉과 농사일을 시작하시고, 민박집 운영하는 것도 심심해 지셨는지
쉰이 넘어서도 히말라야로 훌쩍 떠나실 수 있는 무한한 자유정신이
참으로 부럽기만 하다.

내가 머리털나고 가장 많은 분들께 선물해 드린 책...
조금은 가난해도 좋다면..을 추천한다.
최화백님의 또 다른 저서는 '흙에서 일구어낸 작은 행복'이다.
라다크에 계신 최화백님과 젬마님의 무사평안을 비는 바이다.


------------- 조금은 가난해도 좋다면...에서 발췌 ------------------

미국인들의 자녀 교육은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며, 일본인들의 자녀 교육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며, 한국인들의 자녀 교육은 남에게 지지 말라는
것.
한마디로 말해 기죽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이제야 알 것 같다. 한국인들의 유별나게 권위적인
그 촌스러움이 무엇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를...... 어떠한 종류의 권위도 몸에 두르지 않은 사람
들은
어디 서러워서 한국 땅에서 살아가겠나.
--- p.119


불을 끄고 자리에 드니 바람 소리가 요란하다. 때로는 파도치는 바닷가에 나와 앉은 듯 골짝이
부산하다. 오늘따라 개짖는 소리는 왜 이다지도 밤이 깊도록 끊임이 없는지. 개 짖는 소리에 잠

자다 말고 여러 차례 깨어났다. 커튼을 열어젖히니 아니나 다를까, 하늘엔 휘영청 보름달이 떠
올라
황급히 서쪽 하늘로 떠내려가고 있다. 아마도 달빛엔 짐승들을 취하게 하는 환각 성분이라도 있
는가
보다. 하기야 나도 밭에 나가 쏟아지는 달빛을 받으며 서 있노라면 때로는 미치고 싶어지니까.

술 마신 사람 주정에 겨워 주사를 보이듯, 달빛을 쐰 개 월정에 겨워 밤새도록 허공을 향하여 짖
으며
몸살을 앓는다. 술주정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장본인이 주선 이태백이라 할지라도 술
마신
후에 보이는 어떠한 행동과 정서적 반응 일체도 나는 주사라 규정한다.
--― p. 98

사실 할머니와 다방에 앉아 커피를 마셔가며 나눌 수 있는 얘기거리라도 더 이상 없거니와, 무
엇보다
부담스러운 것은 커피 값이었다. 한잔에 1,500원쯤 하는데, 아내와 나와 할머니, 이렇게 석 잔이
면 합이 4,500원......할머니께서 오늘 고들빼기를 모두 파신다 하더라도 기껏 10,000원 벌이일
텐데, 아무래도 할머니가 채산성 없이 무리한 제안을 하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
도 할머니께서는 커피
값을 잘 모르시는 것 같았다.
--- p.165


'평지와 오르막길에서는 오른쪽 레버를 잡으면 오른쪽으로 돌고, 내리막릴에선 반대로 오른쪽
레버를 잡으면 왼쪽으로 돈다. 고속 주행시에는 커브를 돌 때 레버를 사용하지 말 것이며 가급
적이면 운전대를 힘으로 적절히 밀어붙여 선회하도록 한다.'

까다롭다면 꽤나 까다로운 이 경운기 운전법을 일일이 기억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당한 참사
였으리라. 그래서 나는 경운기를 가져오던 첫날에는 우리 마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곳에 살고
있는 영미네 아버님께 부탁을 드려 집 앞 대로변에까지 운반해왔다.

우당탕탕탕탈탈탈...... !(ㄹ받침은 적재함 흔들리는 소리)

요즘은 매일같이 새벽에 일어나 눈만 뜨면 경운기 운전 연습부터 한다. 아직은 기어를 넣고 첫
출발을 할 때마다 매번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경운기 앞대가리가 어느 방향으로 내튈지를 가늠
할 수가 없어
몹시 겁이 난다. 그러나 이 기분, 작업모를 쓰고 보기에도 선명한 '요주의' 색깔인 주황색 경운
기를
몰고 진동, 방동 대로를 힘차게 내달을 때의 상쾌한 이 기분은 아마 누구도 모를 것이다.
--― pp. 24~25

[ 출판사 리뷰 ]

이 책 《조금은 가난해도 좋다면》에는 대량소비사회의 그늘을 박차고 나와 작고 소박하지만
땀 흘리며 자신의 세계를 건설해가는 한 인간의 일상이 따스하고 검박하면서도 격조 있게 드러
나고 있다. 특히 책 곳곳에 삽입된 100여 컷의 수묵화들은 추운 겨울,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보
다 기품 있고 아름다운 세계로 안내하는 초청장이 될 것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죽어라 일하고 일해도, 시시각각 대차대조표를 그리며 아귀다툼을 해봐도
평생 승산이 없을 것 같은 대량소비사회의 취약한 토대 위에 사는 우리들은, 그러나 또 얼마나
강하게 승산 없는 지금의 이 삶에 집착하는가.
《조금은 가난해도 좋다면》은 현대사회의 대량소비 구조가 인간성을 고양시키는 데는 애시당
초 가망 없음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삶의 지향을 바꿔버린 한 인간이 새로운 세계를 찾아 정착해
가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최용건 씨는 도회의 화려한 삶을 반납하고 진동 골짝에 들어와 자신의 세계를 건설하는 대신 얼
마간의 '가난'을 주저 없이 선택했다. 우리들 삶에 주렁주렁 달려오는 부속물들 중 실상 우리의
영혼을 살찌우는 데 필요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 가난하게' 사는 인생을 선택한 대가로 그는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많은 것들을 누린다.
인적이 끊긴 강원도의 밤길을 홀로 걸으며 '그리움의 극지'를 경험하고, 다섯 되의 콩을 얻기 위
해 일군 밭두둑에서 새끼손가락만한 생쥐의 까만 눈망울과 마주하며 '오! 하느님!' 생명의 소중
함에 경탄한다.

어디 이뿐이랴. 농사일 틈틈이 천남성과 보랏빛 단촐한 붓꽃 따위, 혹은 들판에 피어 바람에 흔
들거리는 개망초 꽃이나 저 홀로 피어 무연히 한 세상 깊어가는 노란 민들레를 보며 생의 한가
함을 만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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