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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왕벚나무

                                                        정호승

  도시에서 가로수로 살아가는 어린 왕벚나무 한 그루가 하루는 깊은 고민에 휩싸였다. 그
것은 어떻게 살아야 한 그루의 나무로서 참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문제 때문이
었다. 그는 허구한 날 가만히 땅에 뿌리를 박고 서서 육체를 살찌우는 삶은 진정한 삶이 아
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늘 괴로웠다.
  "동생아, 뭘 그렇게 고민하니?"
  고개를 떨군 채 고민에 빠져 있는 어린 왕벚나무를 보다못해 형이 먼저 말을 걸었다.
  "아니야, 아무것도."
  "말해봐. 우린 형제야. 이 형에게 무슨 못할 말이 있겠니?"
  "사는 게 따분해서 그래. 이렇게 한 곳에만 뿌리를 내리고 사는 것말고, 또다른 삶은 없
어? 꼭 이렇게 살아야만 돼?"
  어린 왕벚나무는 마침 잘 되었다는 듯이 형에게 큰소리로 물었다.
  "우리에게 또다른 삶이 뭐 있겠니? 우린 가로수야. 지금 이곳에서 도시를 아름답게 하
는 일에만 충실하면 돼. 네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주어진 현재의 삶을 열
심히 사는 것이 보다 중요한 거야."
  형은 바람이 불자 이제 막 돋기 시작한 이파리 하나를 살짝 떨어뜨려 동생의 가슴을 다독
여주었다.
  "정말이야?"
  "그럼 정말이고말고. 오늘이 없는 미래는 없어. 오늘 하루하루가 쌓여 미래가 되는 거
야."
  어린 왕벚나무는 형의 말이 적이 위안이 되었다. 현재의 삶을 열심히 사는 것이 계속 이
어지면 미래의 삶도 열심히 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안했다.
  어린 왕벚나무는 예전보다 더 열심히 땅속으로 뿌리를 뻗어 흙속의 영양분을 빨아들였다.
그러자 다른 왕벚나무들보다 청록색의 잎들이 더 빨리 돋기 시작했다.
  "어머 저 잎새 봐. 정말 예쁘다 얘!"
  어린 여학생이 탄성을 지르며 지나갈 때마다 그는 가슴이 뿌듯해서 더 열심히 뿌리를 뻗
었다. 개미들이 기어올라와 자꾸 몸을 간지럽혀도 은근한 미소로 대했다.
  4월은 깊어갔다. 어린 왕벚나무는 곧 연분홍 꽃을 피웠다. 꽃을 피운 것은 처음이었다. 그
는 자신의 몸 속에 그렇게 아름다운 꽃이 숨어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형과
아버지가 꽃을 피우는 것을 보고 언젠가는 자기도 꽃을 피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적은 있
었지만, 정작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우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어린 왕벚나무를 찾아왔다. 그는 자신이 꽃을 피우는 존재인 것이 퍽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아가야, 너도 크면 저 벚꽃처럼 어여쁘거라."
  젊은 엄마가 아가를 등에 없고 와서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온종일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꽃은 며칠 지나지 않아서 곧 지고 말았다. 한번씩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꽃잎은
흰눈처럼 땅바닥에 떨어졌다. 온몸을 꼿꼿하게 세우고 바람과 대항해보았으나, 바람이 조금
만 강하게 불어오면 우수수 꽃잎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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