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조회 수 381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어둠 속에서 아버지가 읽어 주신 이야기들
-하버드 대학 입학을 위해 쓴 수필-

『미국에서는 명문 대학일수록 입학 심사 기준이 많고 까다롭다. 대부분의 대
학은 학교 성적과 학력 적성 검사(SAT) 성적이 입학 심사 기준의 전부이지만
최고 명문 대학은 대학 보드(College Board)에서 실시하는 성취 검사
(Achievement test) 성적이 추가되고 수필과 면접으로 인성, 가치관, 지도력,
봉사 정신 등을 평가한다. 명문대 진학 준비를 목표로 하는 명문 사립 고교 입
학 심사 기준도 마찬가지이다. 학교 성적과 입학 시험 성적 이외에 수필과 면접
을 통해 인성과 가치관을 평가하여 반영한다.
저자인 강영우 박사의 장남 진석군은 지망한 7개 명문 대학에 모두 합격이 되어
하버드 대학으로 진학을 했다. 그 중 하버드, 스탠퍼드, 노스웨스턴 영재 의대
입학을 위해 쓴 수필은 우수작으로 선정되었기에 여기에 그 전문을 그대로 소개
하기로 한다. 둘째 진영군이 중학교 2학년 때 최고 명문 고교인 필립스 아카데
미 입학을 위해 쓴 수필도 우수작으로 선정되었기에 함께 소개한다』

  내 방은 많은 장난감으로 어질러져 있었다. 마치 건축을 하는 공사장과도 같았
다. 레고(lego)를 가지고 만든 빌딩과 자동차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블록으로
만든 탑은 색칠하는 책 옆에 자랑스럽게 우뚝 서 있었다. 오늘도 바쁜 하루였다.
  "이제 잘 시간이다"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듣는 순간 내 방안에 있는 불이 꺼졌
다. 무질서하게 어질러져 있는 장남감들을 용케 피해 침대를 찾아갔다. 침대에 자
리를 잡고 누워 양손으로 목 아래를 받치고 어둠 속에서 허공을 바라다보고 있었
다. 밤의 침묵이 나를 감싸주었다. 잠시 후 내 귀에 익숙한 소리가 침묵을 깨트
렸다. 아버지의 부드러운 손이 점자책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였다. 다섯 살 된
조그만 몸은 포근하기만 한 세사미 스트리트(sesame street) 이불보 아래 편안히
자리잡고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부드럽고도 체면사의 기법을 닮은 듯한 아버지의 책 읽는 음성이 나
를 사로잡았다. 또박또박하고 부드럽게 읽어 주시는 아버지의 이야기는 유치원
의 좁은 세계에서 사는 나를 멀고 먼 상상의 다른 세계로 데리고 가곤 했다. 그
러한 이야기 중에는 "거북이와 토끼",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도 있었다.
  내 상상은 자유로웠다. 간간이 들려오는 아버지가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방해가
될 뿐이었다.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깊은 잠을 자게 된다.
이야기를 다 못들은 채 잠이 들었다 아침에 잠이 깨면 잠자리에서 다시 그 이야기
를 듣겠다는 기대와 동경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어느 날 아침 나는 아버지의 점자책을 자세히 보았다. 나의 선명한 상상의 뿌리
인 그 책은 볼록볼록 튀어나온 점들이 페이지를 채웠을 뿐 그림 한 장 없었다. 점
자 페이지 위에 손을 얹어 놓고 이리저리 더듬어 보며 아버지는 어떻게 그것을 읽
으실까 생각해 보았으나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이상한 발견을 했다.
그것은 아직껏 나는 아버지가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실명으로 내가 잃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오히려 어둠 속에
서 책을 읽어 줄 수 있는 이점이 있어 나는 쉽게 잠들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더
큰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방안에 여기 저기 어질러져 있는 장난감
과 옷들이 방해할 수 없는 어둠의 세계로 나를 데리고 가 그 어둠 속에서 아버지와
나와 내 상상은 떼어놓을 수 없는 동반자가 된 것이다.
  내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면 육안이 없이도 볼 수 있는 세계를 보여주신 맹인 아
버지를 가지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이었는가를 깨닫게 된다. 두 눈을 뜬 내가
두 눈을 보지 못하는 아버지의 안내자가 아니라 맹인인 아버지가 정안자인 내 인생
을 안내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제 나도 성장하여 대학에 진학할 나이가 되어 많이 변했다. 그러나 그러한 세
월 속에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그것은 아버지가 잠자리에서 읽어 주신 이야기
들이 나에게 미친 영향이다. 아마도 그 영향은 영원할 것이다. 그로 인해 내 상
상의 세계는 넓어졌고 창의력은 개발되었으며 비전은 선명해졌다. 또한 잊을
수 없는 교훈을 배웠다. 인간의 가치는 외적 준거에 의해서만 판단되어서는 안 된
다는 사실과 우리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으로부터, 지극히 평범한 환경으로부터 귀
중한 인생의 진리를 배울 수도 있고 통찰력을 얻을 수도 있다는 진리를 배우게 된
것이다.
  우리 맹인 아버지는 외모로 보면 장애인같이 보인다. 그러나 그가 나에게는 장애
인으로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는 내가 아는 누구보다도 더 능력이 있고 재능이 있
는 분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는 나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고귀한 교훈을 가르쳐 주셨는데 그것은 아버지의 입장을 이해함으로 터득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아버지로 인해 나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도전하며 편견과
차별이 없는 사회 건설에 기여할 의욕을 갖게 된 것이다. 비록 나는 아버지처럼 어
둠속에서 책을 읽을 수는 없지만 아버지가 그의 실명을 통해 나에게 주신 것은, 그
리고 계속 앞으로도 나에게 주실 것은 미래를 바라보고 정진할 수 있는 비전을 가
지게 했으며, 내 상상에 불을 붙게 했으며, 인생을 이 세상에 내가 가진 가장 소중
한 것을 줄 수 있는 풍족한 기회로 볼 수 있는 눈을 뜨게 해주신 것이다.
          
출처▶ 책명 : 어둠을 비추는 한 쌍의 촛불(저자 : 강영우, 석은옥/생명의말씀사)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184 공지 여러가지 질문들 조해식 2002.07.06 3819
» 공지 어둠 속에서 아버지가 읽어 주신 이야기들 이동선 2002.07.07 3811
4182 공지 일본의 독서운동과 어린이독서교육에 관한 글 이동선 2002.07.11 3808
4181 공지 미국 마을도서관 이야기 이동선 2002.07.10 3807
4180 공지 시간에 관련해서 노영인 2002.07.06 3796
4179 공지 준비에 노고가 많으시네요 조근희 2002.07.14 3786
4178 공지 책 가까이 하는 여건 조성(장인순 한국원자력연구소장) 이동선 2002.07.07 3783
4177 공지 놀라워라 조근희 2002.07.05 3779
4176 공지 지갑의 인연으로 여길 방문하게 됐어염.^^ 관리자 2002.07.14 3773
4175 공지 홈피 개설 축하해요^^ 이지희 2002.08.01 3770
4174 공지 아침 7시에 독서토론에 참여하는 즐거움 이규현 2002.07.11 3766
4173 [2009학습마라톤] 학습마라톤 팜플렛 designed by 강보라미 4 윤보미 2009.10.12 3763
4172 공지 지금부터는 "공공 도서관" 이야기입니다 이동선 2002.07.10 3763
4171 공지 이 모임에 참여하고 싶네요^^ 관리자 2002.07.12 3758
4170 공지 2007년까지 전국 모든 초중고에 도서관 설치 관리자 2002.07.12 3757
4169 공지 100권 독서 클럽 홍보 현황 보고. 김민호 2002.09.15 3754
4168 공지 회원 가입 하세요^^ 김민호 2002.09.11 3750
4167 공지 지금까지는..., 다음으로... 이동선 2002.07.08 3750
4166 공지 전화선 인터넷을 설치하고.....ㅡ.ㅡ 송윤호 2002.08.12 3741
4165 공지 8.15 야외모임 챠량 봉사하실분..^^ 한치민 2002.07.14 373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11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