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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15. 그라나다 :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by 이정원 posted Feb 0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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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3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유난히 아끼는 사진이 몇 장 있다.

그 순간이 아니면 놓치고 말았을 사진,

그 각도가 아니었으면 못 잡아냈을 사진.


 




 

알람브라 궁전은 시간별로 입장객 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미리 예매를 해야 원하는 시간에 들어갈 수 있다.

나는 전날 밤 투어를 했고, 아침 첫시간으로 예매했다.

반드시 아침 첫시간이어야 했다.

 

아침에 가 보니 오픈을 기다리며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현장에서 판매하는 입장권을 사려는 줄은 꽤 길었다.

나는 인터넷으로 예매해 둔 덕분에 시간맞춰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나만의 미술관 관람 방식을 잠깐 얘기해 볼까 한다.

나는 루브르나 메트로폴리탄과 같은 큰 미술관에 가면 지도부터 본다.

큰 미술관은 시대나 국가, 사조, 아티스트 별로 건물이나 층이 구분되어 있다.

나는 왼쪽의 건물부터 차례대로 혹은 1층부터 차례대로 둘러보는 전략은 사용하지 않는다.

여행 중에는 욕심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기 마련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대, 좋아하는 사조,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는 건물이나 층부터 먼저 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르네상스 시대나 네덜란드 회화, 아니면 인상파나 벨라스케스를 전시한 층부터 먼저 올라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을 먼저 봐둬야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

일단 우선순위를 정하면 시간은 잊고 최대한 즐긴다.

미술관을 다 못 돌아봐도 괜찮다.

여행은 원래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다.

 

중요한 것을 먼저 보는 전략

큰 미술관이 아니어도 적용되고,

꼭 미술관이 아니어도 적용된다.

  

알람브라 궁전의 아침 첫시간 오픈을 기다렸다가 수십명의 관람객들과 함께 입장했다.

나는 입구에서부터 시작되는 화려한 벽 문양을 본체만체했다. 

내가 원하는 사진 한 장을 건지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했다.

 

사실 입구에서 이 포인트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복도 몇 개만 지나오면 바로 나오는 짧은 거리다. 50m도 안 될거다.

벽면의 문양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걸어도 1분이면 도착한다.

나는 그래서 더욱 급히 서둘렀다.

화려한 입구 통로를 무심히 빠져나오는 사람이 없다는 가정 하에 내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1분.

1분만에 카메라 세팅을 맞추고 마음에 드는 빛과 구도를 잡아야 했다.

 

나는 마지막 이슬람왕조가 물러나던 1492년의 알람브라 궁전을 담고 싶었다.

아침 햇살은 500년 전과 다르지 않다.

알람브라 궁전도 그대로다.

관람객만 보이지 않으면 된다.

 


이 사진은 아침 문 열기 전에 입장하도록 협조를 얻은 사진작가가 아니라면 찍기 힘든 사진이다.

아침 첫시간이 아니라면 이 곳은 항상 관광객으로 붐비기 때문에

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행운은 하루에 한 명에게 주어질까말까이다.

하루 중 가장 먼저 입장한 사람이어야하고,

전날 밤에 이곳을 미리 들러 동선과 거리, 뷰포인트, 구도 등을 미리 계획했어야 하고,

아침 첫시간에 들어와서는 입구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야 하며,

이 포인트에 남들보다 일찍 도착해서,

수십초 이내에 카메라 세팅과 구도설정을 마치고 셔터를 눌러야 한다.


아마도 1년에 몇 명 못 찍는 사진일 수도 있다.

 

2009.2.5.

이정원

 



- 스페인 여행기 시리즈 -














[스페인] 12. 에르코스 : 안달루시아의 농촌 풍경
[스페인] 14. 그라나다 : 알람브라 궁전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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